회장 취임 후 전사 임직원에 첫 메일 보내"위기지만 어려움 극복 경험이 우리 DNA"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전사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메일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HD현대의 DNA"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기선 회장은 현재를 위기라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우리가 많은 위기의 순간들을 극복하며 여기까지 왔지만, 지금 우리 그룹이 당면한 경영환경은 매우 엄중하다"며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은 조선, 건설기계, 정유·석유화학 등 사업 부문별 위기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조선업은 중국의 시장 잠식이 모든 선종에 걸쳐 가속화되고 있고, 건설기계 사업은 미국 관세와 초대형 경쟁업체의 시장 잠식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봤다.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도 상반기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1972년 울산조선소 기공식 후 경험한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위기 당시)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전력을 다해 실행해서, 결국 '우리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조선 사업에서는 디지털,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조선소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나가면서 중국과의 원가 경쟁력 차이를 줄여갈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고, 건설기계 사업은 합병을 계기로 양사의 자산을 한데 모아 최적의 글로벌 생산 체계를 만들기 위한 발걸음을 뗐다고 자평했다.
정유는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석유화학은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통한 원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력기기 사업에 대해선 "최근 전력 소비의 증가로 호황을 맞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은 지금의 기회를 살려 근본적인 체력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시 불황이 찾아왔을 때 과거와 같은 엄중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금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철저히 해두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과 그 DNA 덕분"이라며 "앞으로 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우리만의 DNA가 새로운 미래 주역에게 오롯이 전수되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든 여러분과 만나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라며 "새로운 생각을 주저없이 말할 수 있고, 서로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HD현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여러분이 일하는 현장을 찾아 어떤 현안들이 있는지 어떻게 돌파해 나갔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여러분들이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 귀 기울여 듣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 모두가 한 뜻으로 뭉쳐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가 될 수 있도록 저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권오갑 명예회장에 대해 "정말 어려운 시기를 훌륭하게 이끌어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헌신과 비전의 리더십을 깊이 새겨, 앞으로 HD현대의 발전과 성장을 꼭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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