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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빨라지는 '유리기판' 시대···'SK·LG·삼성' 도전장 누가 먼저 내나

산업 전기·전자

빨라지는 '유리기판' 시대···'SK·LG·삼성' 도전장 누가 먼저 내나

등록 2025.10.17 11:30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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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SK엔펄스 합병···자산 3952억 유리기판 투자AI 급성장에···애플, 테슬라도 '유리기판' 눈독삼성전기, LG이노텍도 2027년 양산 목표잡아

빨라지는 '유리기판' 시대···'SK·LG·삼성' 도전장 누가 먼저 내나 기사의 사진

SK를 선두로 삼성과 LG가 반도체 유리기판이라는 미지의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고난도 기술임에도 글로벌 빅테크의 관심이 쏠리면서 전자부품 기업들이 사업의 한 축으로 집중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지난 15일 자회사 SK엔펄스를 흡수합병하고, 엔펄스가 보유한 현금 및 자산 약 3952억원을 자회사 앱솔릭스의 반도체 유리기판 등 신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SKC는 2022년 4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11개 분기 적자를 이어가는 등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회사는 비핵심 사업 정리를 단행하면서 유리기판 등 신성장 사업 투자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이번 합병 과정에서도 반도체용 블랭크마스크(반도체 제조용 포토마스크 원재료)와 CMP 슬러리(반도체 원판 평탄화 작업에 필요한 액체) 사업 등을 정리할 계획이다. 지난 13일에는 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 PIC와 공동설립한 SKC피아이씨글로벌 보유 지분 51%를 전량 매각했고, 지난 6월과 8월 총 3850억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모두 목적은 유리기판 사업 투자로 동일하다.

유리기판은 고성능 반도체 칩을 지탱하고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기존 플라스틱(유기물) 기판은 표면이 거칠어 미세 회로 구현에 한계가 있지만, 유리는 표면이 매끄러워 가는 선폭으로 많은 회로와 반도체 소자를 더 넣을 수 있다. 이를 적용할 경우 데이터 처리 속도는 약 40% 빨라지고 전력 소모는 최대 3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유리기판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지의 시장'이라는 점이다. 유리는 단단하지만 깨지기 쉬워 두께 0.1㎜ 이하로 가공할 때 균열이 쉽게 발생한다. 플라스틱보다 열팽창률이 낮아 온도 변화 시 깨지거나 들뜨는 문제도 있다. 여기에 기존 FC-BGA나 ABF 기판 생산 장비로는 가공이 불가능해 절단·연마·TGV(Through Glass Via) 등 전용 공정 장비 구축이 필수다. 이 투자비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적자인 상황에도 SKC가 미지의 유리기판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AI 반도체 패키징이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AMD·삼성전자·브로드컴·AWS(아마존) 등이 도입을 준비 중이며 테슬라와 애플도 제조사와 만나 관련 기술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플라스틱 기판의 한계가 노출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멀게만 보이던 상용화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반도체용 유리기판 시장이 이르면 올해부터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C가 상용화에 가장 근접해 있다. SKC는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에 약 1만2000㎡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고 시제품 양산에 착수했다. 이곳은 지난해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방문해 "앱솔릭스가 생산할 유리기판은 반도체 제조의 판도를 바꿀 기술"이라고 강조한 곳이다. SKC는 상용화 일정에 맞춰 2공장 증설도 검토 중이며, 첫 고객사로 AMD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부품사들도 잇따라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서 유리기판 시제품을 생산 중이며, 연내 미국 주요 빅테크 고객사 2~3곳에 샘플을 공급할 계획이다. 양산은 2027년 이후를 목표로 한다. LG이노텍 역시 지난해 유리기판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고 구미공장에 시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오는 2027~2028년 양산을 목표로 시제품 개발을 마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양품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기술 장벽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높다"며 "글로벌 빅테크,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밀 공정 기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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