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테스나, 반도체 설비 1714억 투자 결정SK실트론 인수 추진···반도체 밸류체인 구축반도체·첨단소재, 3대 미래 핵심사업 존재감↑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테스나는 이사회를 통해 1714억원 규모의 반도체 테스트 장비 구매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반도체 테스트 수요 증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내년부터 2년간 장비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인프라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두산테스나는 지난 2022년 두산그룹이 약 46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이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무선 통신칩(RF) 등 완성된 시스템 반도체 칩을 검증하는 작업을 주력으로 하며,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두산이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는 데 이어 두산테스나 확장 투자를 결정하면서 두산의 반도체 사업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앞서 두산은 SK그룹과 SK실트론 지분 70.6%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다.
SK실트론 인수의 핵심은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이다. 반도체 생산은 소재(웨이퍼 제조)-설계(팹리스)-제조(파운드리)-후공정(패키징·테스트) 단계를 거치는데, SK실트론은 모든 반도체의 기판이 되는 실리콘 원판(웨이퍼)을 만드는 소재 공급업체다. 반도체 제조의 초기와 마무리 단계로, SK실트론과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밸류체인의 양 끝단 사업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더욱이 지주사 두산 내 전자BG사업부와의 상호보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두산 전자BG사업부는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 등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이 소재는 제조된 웨이퍼(반도체) 위에 회로를 새기는 후속 공정에 사용된다. 즉 SK실트론은 반도체 몸체를 만들고, 전자BG사업부는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재료를 만드는 구조다.
두산이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으면서 박정원 회장의 '뉴두산' 청사진이 구체화되고 있다. 앞서 두산은 지난 2020년 유동성 위기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이후 중공업 중심에서 첨단 기술 중심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추진해왔다.
특히 박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그는 두산테스나 인수 당시 거래에 관여하며 향후 5년간 반도체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두산테스나는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장비와 웨이퍼 테스트 라인을 구축했고, 두산 BG사업부는 지난해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현재 두산의 3대 핵심사업은 ▲로봇·기계 스마트머신(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원자력발전·수소 클린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반도체·첨단소재(두산테스나·BG사업부)다.
다만 실질적인 주력 사업은 스마트머신과 클린에너지다. 올해 상반기 기준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의 매출 비중은 각각 44.5%, 39.3%다. 반면 두산 전자BG사업부는 9.1%에 그쳤다. 반도체·첨단소재는 전체 매출 기여도가 낮아 그룹 내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SK실트론·BG사업부·두산테스나가 반도체 밸류체인을 이루게 되면 상황은 개선된다. 지난해 SK실트론의 매출은 2조1268억원, BG사업부 1조63억원, 두산테스나 3731억원으로 단순 합산 매출은 3조5062억원이 된다. 작년 매출 수준으로 추정할 경우 10%대 후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두산테스나가 사업 확장에 나선 만큼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테스나 관계자는 "반도체 테스트 사업은 선행 투자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면서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중장기적 매출과 이익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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