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87위, 영업손실 3년간 -1300억원 기록모기업 이수화학 3년 연속 적자, 1800억 지원도 한계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지난해 이수엑사켐 배당 '0원'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건설사는 총 13곳으로 대부분 지난해 부채비율 300%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이수건설의 부채비율은 577%에 달했다.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금융권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운영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보면 이수건설의 지난해 부채 총계는 2433억원이고 자본은 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부채비율 추이를 보면 ▲2021년 256% ▲2022년 300% ▲2023년 817%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일부 완화됐으나 여전히 업계가 재무건전성 양호 기준으로 판단하는 부채비율 20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특히 2022년부터는 영업이익도 적자전환돼 3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1300억원에 달했다. 2021년도에는 영업이익 135억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부터는 -42억원, 2023년 -416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손실 폭이 더 커진 -63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 시공능력 순위를 나타내는 시공능력평가에서도 올해 87위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계단 하락했다.
모회사 이수화학 '동병상련'···지원 여력 바닥
그동안 이수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기업 이수화학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며 버텨왔다. 지난 4년간 이수화학으로부터 받은 지원 규모만 약 18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수화학 역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추가 지원 여력이 사실상 버거워진 상황이다.
이수화학의 최근 3년간 연결기준 누적 영업손실은 -1245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본도 절반으로 감소했다. 2022년 4055억원에서 2023년 2607억원으로 급감한 뒤 지난해 2217억원으로 더 줄었다. 부채비율은 2022년 말 193%였으나 2023년 319%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331%까지 상승하며 재무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만일 이수화학의 지원이 축소될 경우 이는 이수건설 유동성 악화로 직결된다"며 "이수건설의 경영 정상화가 더 이상 내부 자금 지원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상범 회장 '배당금 파이프라인' 직격타
이수건설과 이수화학의 재무 위기는 김상범 회장의 개인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상범 회장은 개인 지분 100%의 이수엑사켐을 가지고 있다. 이수엑사켐은 2001년 설립돼 석유화학제품 및 정밀화학제품 등을 판매하는 회사로 이수화학으로부터 매년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제품을 매입해 유통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수화학을 등에 업고 안정적인 매출구조를 만든 이수엑사켐은 김상범 회장에게 매년 수십억원의 배당을 하고 있다. 설립 이후 10차례의 현금배당을 실시했으며 누적 금액은 약 152억8000만원이다. 2021년과 2023년에는 17억6000만원을 지급했으나 지난해에는 실적 악화 등 영향으로 단 한 푼의 배당도 받지 못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수건설의 위기가 이수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2012년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을 인수한 뒤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웅진홀딩스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자 실적이 나빠진 극동건설을 살리기 위해 4400억원을 투입했지만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알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1조2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그룹 전체가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 법무법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이수건설은 모기업의 자금줄이 끊길 경우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 있는 신규 사업 등 묘안이 없다면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모회사인 이수화학뿐만 아니라 김상범 회장의 개인회사인 이수엑사켐마저 연속 적자를 내고 있어 그룹 전체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재성 기자
ljs@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