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 대거 확보노보노디스크·일라이릴리 견제 포석기술이전 업체 디앤디파마텍 몸값 상승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와 멧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화이자의 멧세라 인수를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화이자는 메세라를 최대 73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한다. 이번 인수는 화이자가 최근 2년간 추진한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로, 올 4분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앨버트 볼라 화이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비만은 200개가 넘는 질환과 관련된 광범위하게 성장하는 분야"라며 "이번 인수는 핵심 치료 분야에 집중하려는 화이자의 전략과 일치하며, 심장대사 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차별화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급 최고의 주사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멧세라는 현재 4개의 임상 개발 프로그램과 여러 IND 승인 연구를 진행 중이며, 주사 횟수를 줄이면서도 효능과 내약성을 개선하는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에는 주사형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MET-097i, 1상 개발 중인 월 1회 투여 아밀린 유사체 MET-233i, 두 가지 경구형 GLP-1 RA 후보, 그리고 전임상 영양 자극 호르몬 치료제 등이 포함된다. MET-233i의 초기 임상 결과는 지난 9월 17일 유럽당뇨병연구협회(EASD) 회의에서 발표됐다.
계약에 따라 화이자는 멧세라의 모든 유통 주식을 주당 47.5달러(약 6만6000원), 총 49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현금 인수한다. 여기에 조건부 가치 권리(CVR) 형태로 최대 주당 22.5달러(약 3만1400원)의 추가 지급 가능성도 포함됐다. CVR은 ▲MET-097i+MET-233i 병용요법의 3상 시험 개시 시 주당 5달러 ▲월간 MET-097i 단독요법의 미국 FDA 승인 시 주당 7달러 ▲MET-097i+MET-233i 병용요법의 FDA 승인 시 주당 10.5달러가 지급되는 구조다.
화이자가 멧세라 인수에 나선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있다.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2030년대 초반까지 1000억달러(약 139조36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화이자는 자체 개발 중이던 비만 치료제 후보 '다누글립론'이 간 독성 부작용 문제로 중단되면서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놓였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이미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에서, 화이자는 멧세라가 지닌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 인수를 통해 후발주자로서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멧세라는 아직 시판 약물은 없지만, 월 1회 주사제와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포함한 다양한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주사제 후보는 중기 임상에서 평균 11%대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해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매출 감소로 성장동력에 타격을 입은 화이자가 최근 비만 치료제 분야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삼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어 향후 멧세라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CVR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멧세라가 디앤디파마텍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 6종을 도입한 만큼 해당 파이프라인에 도입된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인 '오랄링크'(ORALINK)와 주사용 장기지속화 기술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이하 디앤디)과 멧세라는 지난 2023년 기술이전·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지난해 전면 개정 계약으로 확대했다. 멧세라는 디앤디의 특허·노하우에 대해 전 세계 독점·재실시권을 확보했고, 디앤디는 계약금·마일스톤·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또 디앤디 계열사 뉴럴리(Neuraly)가 전임상 및 초기 임상 설계 협업을 맡도록 규정돼 있다.
이중 가장 앞선 물질인 MET-002o는 일종의 시제품 후보로, 제형 최적화 과정에 활용되며 후속 물질 개발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독립적인 상업화보다는 후속 물질인 MET-224o와 MET-097o를 위한 시험 모델 성격이 강하다.
MET-224o는 경구용으로 설계된 장기 지속형(GLP-1 RA) 물질로, 올해 하반기 체중 감소와 내약성 관련 초기 데이터가 연말 공개될 예정이다. 또 다른 경구 후보 MET-097o는 주사제 'MET-097i'의 경구 버전으로 개발 중이다. 앞서 멧세라는 MET-224o와 MET-097o에 대해 연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1상 임상시험계획 신청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이 소식은 즉각 반영됐다. 멧세라 인수 발표 당일 디앤디파마텍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증권가 보고서도 연이어 나왔다. 일각에서는 CVR에 언급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멧세라의 개발 전략은 크게 1개월 제제, 1개월 아밀린+GLP-1, 경구제, 차세대 신약으로 나뉘는데, 그 중 경구제 파이프라인에 디앤디파마텍의 기술이 적용된다"면서 "CVR에 경구제 관련 언급은 없어서 아쉽지만, 화이자도 기존 비만치료제를 대부분 경구 제형으로 개발해 왔기 때문에, 멧세라가 현재 개발 중인 경구제에도 당연히 큰 관심을 갖고 개발을 계속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화이자가 멧세라를 인수할 거라는 소문은 많이 돌았는데 그것이 실현된 것으로, 디앤디 입장에서는 사실상 파트너사가 바이오텍에서 빅파마(대형제약사)로 바뀌는 셈"이라며 "CVR에 언급되지 않은 건 아직 전임상 단계이기 때문이다. 디앤디가 기술이전한 물질 개발은 이전보다 빨라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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