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카' 대응, 현지 전장품 공장 설립상반기 흑자 전환···영업이익률 1%대에 그쳐북미 교두보···LA올림픽·미중 무역갈등 '호재'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이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현지 철도차량 전장품 생산 공장 '현대로템 스마트 일렉트릭 아메리카(HRSEA)'를 준공했다. 공장은 약 2600평 규모의 부지에 건설돼 추진제어장치, 견인전동기, 보조전원장치 등 전장품의 생산·시험을 진행한다.
현대로템이 현지에 전장품 공장을 지은 건 '바이 아메리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바이 아메리카는 미국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인프라 사업에 미국산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앞서 현대로템은 지난해 1월 미국 LA카운티 교통국에서 약 8688억원 규모의 LA메트로 전동차 공급 사업에 낙찰된 바 있다. 1993년부터 가동된 LA 현지 노후 전동차를 대체할 예정이다. 미국 내 현지 공장이 준공되면서 북미 사업 확대의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로템은 과거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한 이력이 있다. 2006년 미국 펜실베니아 남동교통국으로부터 전동차 120대를 수주해 2009년 필라델피아 공장을 준공했다. 이후 LA, 보스턴, 덴버 등에 전동차를 공급했으나 중국기업과의 수주 경쟁에 밀려 10여년 만에 철수했다.
철도 사업은 기업의 모태지만 한때 대규모 적자로 골칫덩이 신세를 졌다. 과거 국내 철도차량의 발주 가격이 낮게 형성된 데다 중국과의 저가수주 경쟁에 나서며 수익을 깎아먹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누적 적자로 위기에 직면한 현대로템은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섰다.
레일솔루션(철도)의 적자를 메운 건 디펜스솔루션(방산) 부문이다. 방산 부문은 일찍이 철도 부문 영업이익을 앞질렀고 2023년 매출마저 역전해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 현대로템의 연결 영업이익 4604억원 가운데 방산 비중이 96%(4418억원)에 달할 정도다.
업계에서는 현대로템이 과거 누적했던 저가수주 물량을 털어내고 실적 회복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레일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은 106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23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9299억원으로 전년(6678억원)보다 39.3%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1%대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철도 부문의 실적은 해외 수주에 달려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3년 호주 퀸즐랜드와 대만 가오슝에 전동차 사업을 수주했고, 지난해 LA와 이집트, 우즈베키스탄, 올해는 모로코에서 2조2000억원 규모의 대형 수주에 성공했다. 상반기 철도 수주잔고는 16조원을 넘겼다.
이번 미국 생산 거점을 마련한 만큼 북미 시장 확대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현대로템은 국내 전장품 협력업체 브이씨텍(VCTech), 철도차량 LED조명 기업 JKA와 동반 진출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 만큼 향후 북미 철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HRSEA는 북미 투자의 일환"이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장품은 모두 현대로템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된 주요 장치로 현지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2028년 LA올림픽과 페럴림픽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수주한 LA카운티의 전동차 물량 역시 이를 대비하기 위한 사업이다. 공급 계약 물량은 신형 HR5000 철도 182대이며 LA올림픽 전까지 42대, 2030년까지 잔여 물량을 납품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 갈등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국영 철도 제조사 CRRC는 주로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경쟁 우위를 점하는데, 현재 미국 국방부의 블랙리스트로 올라있는 상태다.
현대로템은 안정적인 현지 공급망을 구축한 만큼 올림픽 수요는 물론, 향후 북미 지역 철도차량 전 생애주기(LCC) 관리 시장에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은 "철도 산업에서 품질은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HRSEA 공장은 이 같은 신념을 미국에서 실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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