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TV부문, 인력재편 돌입·사업 체질개선 착수中기업 공세 강화, TCL·하이센스 약진, 韓업계 긴장초프리미엄 전략 中추격 차단, 마이크로 LED TV 공략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TV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가 최근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확대하고 사업부 전환 배치에서도 신규 인력을 받지 않고 있다. 여기에 삼성글로벌리서치가 주도하는 경영진단도 곧바로 시작됐다. 부서별로 배정된 진단팀에 사업현황과 개선 방향 등을 제출해 전략을 짜내는 방식으로 사업 체질 점검에 본격 착수한 셈이다.
앞서 LG전자도 TV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사업본부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23년 실시한 이후 불과 2년 만에 만 50세 이상이거나 수년간 성과가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국내 전자업계 양대산맥이 동시에 칼을 빼든 이유는 명확하다. 보급형·중저가형을 넘어 프리미엄 시장까지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LG전자와 삼성전자는 AI 기능, 구독 서비스, OLED 전환, 초대형 화면 등 다양한 기술을 내세워 프리미엄 전략을 지켜왔다. 이런 차별화 전략 덕분에 중국이 LCD 중심으로 보급형 시장을 확대하는 동안 프리미엄 시장만큼은 지켜낼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19년간 글로벌 TV 판매 1위를 유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최근 판도는 달라졌다. TCL과 하이센스가 가격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만으로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39%에서 28%로, LG는 23%에서 16%로 떨어졌다. 반대로 TCL은 13%에서 19%로, 하이센스는 14%에서 20%로 오르며 삼성·LG를 압박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국내 기업 실적에도 직격탄이 됐다. 실제 삼성전자는 DA(생활가전) 부문과 VD(TV)부문을 묶어 발표하는데 상반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VD사업부의 실적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전자의 MS사업부 역시 상반기에만 186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 사업부 중 유일하게 손실을 냈다.
이 여파로 TV 평균 판매가격(ASP)도 2021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TV ASP는 약 4%, LG전자는 약 2.5% 각각 하락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고가 TV 선택이 줄면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수익성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웹OS나 AI 같은 소프트웨어 기능만으로는 더 이상 프리미엄 시장 우위를 지켜내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삼성의 TV 출하량은 2020년 5000만대에서 지난해 3000만대 중반으로 급감했다"며 "내년이면 하이센스가 삼성의 자리를 빼앗고, 2028년에는 TCL마저 삼성보다 앞설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을 넘어선 초프리미엄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승부처는 화질 경쟁이며 그 대표 제품이 마이크로 RGB LED TV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먼저 시장에 내놓은 마이크로 RGB LED TV는 115인치 초대형 화면에 칩 크기를 100㎛ 이하로 줄인 기술을 적용해 기존 LED(1000㎛)나 미니 LED(500㎛)보다 명암비와 색 재현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RGB 방식을 마이크로 LED 칩으로 구현한 것은 세계 최초다.
LG전자도 내년 초 RGB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면서 LG전자는 중국과의 협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5일 열린 IFA2025에서 "중국은 경쟁과 협력 두 가지 관점을 동시에 봐야 한다"며 "전 세계가 중국과 협업하고 있는데 스스로 극복하겠다고 하는 건 오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LG전자는 중국 기업과 냉장고, 세탁기 등 신제품을 공동 개발·출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RGB LED TV의 시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초프리미엄 제품 특성상 가격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출시된 삼성전자의 RGB LED TV는 4490만원으로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판매 지역도 미국과 한국으로 국한됐다.
조주완 사장 역시 "장단점이 있지만 고객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주기 위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RGB LED TV가 당장 판매량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중국 업체의 기술 추격을 따돌리려는 상징적 성격이 크다"며 "TV사업 부진 속에서 수익성을 챙기려면 동시에 중국이 쉽게 넘볼 수 없는 돌파구를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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