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서 150만대 생산물량···벤츠 주력 공급사 공고화 현지 생산 역량·차별화 기술력 주효···中 저가 배터리 제쳐'배터리 결함' 골 아픈 벤츠에 프리미엄 제품이 해법 전망
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 계열사와 총 107GWh 규모의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 2건을 체결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총 전기차 약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양측이 체결한 비밀 유지계약에 따라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배터리 셀 시장가(1kWh당 100달러 수준)를 고려하면 약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럽에서 2028년부터 약 8년간 총 32GWh, 미국에서 2029년부터 약 9년간 총 75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2건의 계약 공급제품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이번 계약은 지금까지 발표된 46시리즈 공급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67GWh) △중국 체리자동차(8GWh)와 46시리즈 공급계약을 성사시켰다. 세계 전기차 1위인 테슬라도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를 앞세워 벤츠의 핵심 공급사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업계는 지난해 10월 체결된 50.5GWh 규모의 벤츠 배터리 공급 계약 역시 46시리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계약분까지 더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와 맺은 46시리즈 공급 물량은 누적 150GWh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번 계약은 벤츠와 중국 배터리 업체 간 오랜 협력 구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벤츠는 CATL, 파라시스 등 중국 업체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채택해 왔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러나 잇단 화재·리콜 논란이 이어지면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고 '중국산 배터리 포비아(공포)'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EQE 차량 화재는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모델로 확인됐다. 앞서 벤츠는 자사 전기차 전 라인업에 CATL 배터리가 장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도 EQB 전기차 660대에서 배터리 결함이 발견돼 리콜에 들어갔으며 공급사는 역시 파라시스였다. 중국 현지에서도 EQC, EQA, EQB 모델에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결함으로 1만2000여대가 리콜되는 등 품질 이슈가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벤츠가 '프리미엄 전기차'에 걸맞은 배터리 전환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지목된다. 차세대 46시리즈는 기존 21시리즈(지름 21㎜) 대비 에너지와 출력이 최소 5배 이상 높고 공간 효율이 뛰어나다. 시장 내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프리미엄 삼원계(NCM) 배터리로, LFP 대비 주행거리에서도 강점을 확보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46시리즈 양산 능력을 갖춘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열 방출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 개발한 CAS 냉각·안전 솔루션으로 보완했다. 이를 통해 냉각 효율과 열 폭주 방지 성능을 높이며, 안정성 문제까지 해결했다는 평가다.
또 다른 배경에는 현지 생산 역량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세계 최초 원통형 배터리 전용 공장을 짓고 있으며 지난 4월 기준 공정의 절반 이상이 완료됐다. 오는 2026년 중순 시제품 생산을 시작해 연말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 맞춤형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K배터리의 유럽 시장 추가 수주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핵심 공장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도 46시리즈 생산에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해당 공장은 기존 삼원계 배터리와 함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더해 46시리즈 생산을 위해 기존 설비 전환, 증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공급 계약과 관련해) 고객사와 협의에 따라 공시 내용 외 추가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공급물량 및 계약기간 등의 계약조건은 추후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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