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소외 없도록"···금융당국, 장애인·고령층 금융접근성 현장점검

대통령 지시 후속···현장 의견 반영한 금융편의 대책 논의

음성 OTP·STT·간편모드 도입률 공개···증권·보험업 저조

금융위 "포용성 강화는 금융 신뢰와 지속가능성의 기반"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금융당국이 장애인과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현장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지난 4월 발표한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 전략과 방안의 후속 조치로, 대통령이 지시한 "당신이 금융당국이라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꼭 물어서 검토하라"는 발언의 이행 차원에서 마련됐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이 주재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 관계자, KB·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소비자보호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모두발언에서 "정부와 금융업계가 그간 금융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편이 적지 않다"며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체감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금융권이 더욱 세심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제도의 포용성을 강화하는 노력은 단순히 개인을 돕는 차원을 넘어 금융제도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먼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OTP 도입 현황이 점검됐다. 음성 OTP는 LED 화면 대신 음성으로 일회용 비밀번호를 안내하는 기기다. 기존에는 내장형 배터리로 사용 기간이 1년에 불과하고, 음량 조절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은행연합회와 금융결제원은 지난 4월 신형 제품을 출시했다. 배터리 교체가 가능해졌고, 전원 버튼·음량 조절 버튼(강·중·저)·배터리 잔량 안내 버튼이 추가돼 이용 편의성이 높아졌다.

KB·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은 이달 중 신형 음성 OTP를 도입 완료했고, 다른 은행들도 3~4분기 중 도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음성 OTP 수요가 많은 은행을 중심으로 우선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더 많은 시각장애인 고객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은행권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텍스트 상담(STT·태블릿 상담) 서비스 도입 현황도 점검됐다. STT(Speech to Text)는 직원 음성을 전용 기기를 통해 텍스트로 변환하는 방식이고, 태블릿 상담은 직원 PC에서 작성한 설명을 창구의 태블릿 화면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금융계약 체결 과정에서 개인정보 노출 우려 때문에 수어통역사 활용이 제한적이었던 문제를 보완한다.

은행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5개 주요 은행 중 11곳이 도입해 73.3% 도입률을 보였고, 저축은행은 79곳 중 68곳이 도입해 86.1%를 기록했다. 반면 증권업권은 32곳 중 3곳(8.6%), 생명보험은 21곳 중 3곳(14.3%), 손해보험은 16곳 중 1곳(6.3%), 카드업권은 8곳 중 2곳(25%)만이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대면 수요가 높은 부문을 중심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앱 간편모드 도입 현황도 점검됐다. 간편모드는 글씨를 크게 하고, 주요 기능을 직관적으로 재배치해 고령자들이 쉽게 모바일 뱅킹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022년 2월 은행권과 함께 간편모드 구성 지침을 마련한 뒤 은행은 2023년 상반기, 카드사는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도입을 완료했다.

현재 은행 18곳과 카드사 8곳은 전사적으로 간편모드를 운영 중이다. 저축은행은 79곳 중 63곳이 도입해 79.7%, 손해보험사는 17곳 중 12곳이 도입해 70.6%, 생명보험사는 20곳 중 13곳이 도입해 65.0%, 증권사는 32곳 중 6곳만이 도입해 18.8%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MTS 이용이 많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간편모드 도입을 우선 추진하고, 저축은행과 보험업권도 조기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장애인·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어느 한 분도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겠다"며 "오늘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개선 과제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