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경제사절단 동행···美 워싱턴에서 70조원 대미 투자 계획 발표美 관세 직격탄 '정면 돌파'···통합 대한항공 이후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기단 확대·트럼프 눈도장 '두 마리 토끼···실리 앞세운 '통 큰' 승부수
조원태 회장은 25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윌러드 호텔에서 스테파니 포프(Stephanie Pope)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최고 경영자(President & CEO of Boeing Commercial Airplanes), 러셀 스톡스(Russell Stokes) GE에어로스페이스 상용기 엔진 및 서비스 사업부 사장 겸 최고 경영자(Commercial Engines & Services President & CEO)와 만나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MOU) ▲예비엔진 19대 도입 및 엔진정비서비스 도입 양해각서(MOU)를 각각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362억 달러(약 50조원) 상당의 미국 보잉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를 추가 도입한다. 이와 함께 GE에어로스페이스와 6억9000만 달러(약 1조원) 가량의 항공기 예비 엔진 구매 및 130억 달러(약 18조2000억원) 규모의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도 추진한다.
앞서 조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국 보잉과 GE에어로스페이스의 주요 고객인 대한항공이 최근 고급화 전략을 펴고 있어 추가 항공기 구매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 정상회담에 맞춘 이번 투자 승부수는 통합 대한항공 출범과 미국 시장 확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조 회장의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올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시작과 동시에 미국을 방문해 보잉, GE에어로스페이스와 48조원 규모의 항공기·엔진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어 5개월 만에 다시 한 번 투자 보따리를 풀면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지난달 말 조 회장은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투자와 관련 "연비 효율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이미 지난해 내린 결정이다. 우리는 미래에 투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과 수요 둔화 속에서 북미 시장에서 새 활로를 모색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한 수로 평가된다. 최근 대한항공은 "적극적으로 노선을 확대하겠다"는 조 회장의 의지에 따라 캐나다 2위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 10%를 확보하고 북미·중남미 시장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동시에 기단 확대·현대화를 추진하면서 이번 투자를 통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메가캐리어'(대형 항공사) 시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통합 대한항공 출범의 청사진도 선명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전후로 에어버스·보잉과 잇따라 항공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팬데믹 이후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면서 주요 항공사들이 항공기 주문 시점을 당기는 추세를 감안해 2030년대 중후반까지의 선제적 항공기 투자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기단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계약을 통해 ▲보잉 777-9 항공기 20대 ▲787-10 항공기 25대 ▲737-10 항공기 50대 ▲777-8F 화물기 8대 등이 2030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기단은 장기적으로 보잉사의 777, 787, 737 및 에어버스사의 A350, A321neo 등 5가지 고효율 기단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안정적인 공급 증대 ▲기단 단순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고효율 신기재 도입을 통한 연료효율성 제고 및 탄소배출량 저감 ▲고객 만족 극대화 등 다양한 효과를 꾀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보잉 항공기 도입은 미국과의 항공산업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대표 국적항공사로서 본연의 여객 및 화물운송을 통해 한국과 미국을 긴밀히 연결하는 날개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지속적인 대미 투자를 통해 한·미 양국간의 우호적 관계를 한층 더 증진시키는 데 기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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