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자 합의서 해석 두고 법적 공방윤 회장-윤 부회장, 각자 주총·이사 선임합의서 해석 따라 경영 구도 큰 변화 예고
분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콜마비앤에이치(BNH)를 둘러싼 경영권이다. 윤 회장은 차녀 윤여원 대표에게 BNH 경영권을 넘기면서 윤 부회장이 이를 지원할 것을 약속하는 2018년 3자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윤 부회장이 BNH 이사회 개편을 추진했고, 윤 회장 측은 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윤 회장과 윤 대표는 윤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이에 맞서 윤 부회장도 별도의 주총을 통해 이사 선임을 추진하면서 갈등은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핵심 쟁점은 2018년 합의서 해석에 있다. 합의서에는 윤 부회장이 윤 대표의 경영권 행사를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으나, 위반 시 제재 규정이 없어 부담부 증여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반대로 'BNH와 그룹의 이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문구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 윤 부회장의 개입을 정당화할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 특수한 증여 관계를 감안해 법원이 합의서 외 정황까지 살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회장은 별도로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가 증여한 콜마홀딩스 보통주 230만주(증자 후 460만주)를 돌려받을 경우 최대주주 지위를 회복할 수 있고, 윤 부회장의 지배력은 크게 축소된다. 법원은 이미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을 인용했으며, 본안 소송의 첫 변론은 오는 10월 23일로 예정돼 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분 경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윤 회장의 아내 김성애 씨와 윤 대표의 남편 이현수 씨가 잇따라 BNH 주식을 장내 매수하며 의결권 확보에 나섰다. 가족 단위의 지분 매입은 향후 주총에서 표 대결로 비화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내홍의 여파는 자본시장에도 드러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한국콜마 주식을 9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보유 비중을 41.85%에서 38.67%로 줄였다. 매도 물량은 경쟁사 코스맥스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K-뷰티 수요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오너가 갈등이 그룹 역량을 분산시키고 브랜드 이미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콜마는 국내 화장품 제조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선크림 분야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제2공장을 가동하며 글로벌 고객사 유치에 나섰지만, 오너가의 분쟁 장기화가 성장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다툼이 아버지·딸과 아들 구도로 굳어졌다"며 "특히 주식 반환 소송 결과가 향후 분쟁 국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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