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한국 바이오 기술에 러브콜'98% 장벽' 뚫는 차세대 플랫폼 기술 주목뇌혈관장벽 넘어선 치료제 개발 본격화
13일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최근 중국 바이오텍 시로낙스의 BBB 셔틀 기술에 대해 약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독점 인수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티스는 일정 기간 동안 시로낙스의 BBB 셔틀 플랫폼 'BDM(Brain Delivery Module)'을 평가한 뒤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확보한 것이다. 인수 시 BDM의 글로벌 독점권을 갖게 된다.
BBB는 뇌 안쪽의 혈관을 보호하고 특정 화학물질이 뇌로 출입하는 방식을 조절하는 구조다. 일종의 '문지기' 역할을 하며 뇌를 외부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지만 동시에 대부분의 치료제가 뇌로 전달되지 못하게 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약 98%의 저분자 약물과 거의 모든 고분자 약물이 BBB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집중된 배경에는 로슈(Roche)의 사례가 있다. 로슈는 2023년 BBB 셔틀 기술을 적용한 아밀로이드 베타(Aβ) 항체 치료제 '트론티네맙(Trontinemab)'의 초기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애브비(AbbVie), GSK, BMS, 아큐먼파마슈티컬스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아시아 바이오텍에서 관련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에이비엘 '추가이전', 바이오텍 '본계약' 노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들도 BBB 셔틀 및 뇌 투과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에이비엘바이오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자사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통해 지난 4월 GSK와 최대 4조1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랩바디-B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IGF1R)를 표적으로 해 약물을 뇌 깊숙이 전달하는 기술이다. IGF1R은 BBB 투과에 유리한 표적이지만 정상 기능을 방해할 경우 부작용 우려가 크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은 이러한 부작용 없이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기술은 사노피에 기술 이전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에도 적용됐으며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후 임상 2상부터는 사노피가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사노피가 올해 4월 'AD·PD 2025'에서 발표한 비임상 자료에 따르면 ABL301은 IGF1R의 정상 기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 제거를 촉진해 신경세포 손상과 행동 결함 개선 효과를 보였다. 원숭이 실험에서도 단일 항체 대비 높은 뇌 조직·뇌척수액 내 검출량을 기록했다.
비상장 바이오 기업인 리스큐어바이오도 BBB 셔틀 플랫폼 'ExoPN-101'으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했다. 이는 본계약 체결을 위한 기술 평가 절차로 향후 라이선스 아웃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oPN-101은 리스큐어바이오가 독자 개발한 플랫폼으로 ASO, siRNA, 저분자 화합물 등 다양한 약물 전달이 가능하며 기존 기술 대비 높은 BBB 투과율과 낮은 면역 반응을 보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영장류 실험에서도 효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리스큐어바이오 관계자는 "ExoPN-101은 플랫폼 기술로 복수의 글로벌 파트너와 협업이 가능하다"며 "이번 계약 외에도 추가 MTA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자회사 에빅스젠이 개발한 차세대 약물 전달 플랫폼 'ACP(Advanced Cell-penetrating Peptide)'의 사업개발 권한을 확보하고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업을 추진 중이다. ACP 플랫폼은 펩타이드 기반으로 세포막 및 BBB를 동시에 통과할 수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약물을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다.
회사는 현재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하고 후속 논의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실사(Due Diligence)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공동 임상개발 및 생산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큐라클은 자체 신약개발 플랫폼 '솔바디스(SOLVADYS)'를 기반으로 BBB 안정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대표 후보물질 'CU71'은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전임상 단계에 있으며 최근 'AAIC 2025'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BBB 기능장애와 혈관 누수를 개선해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한편 로슈는 지난달 '트론티네맙'의 임상 1b·2a상 결과를 공개했다. BBB 셔틀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의 안전성과 가능성이 다시 한번 입증되며 빅파마의 관련 기술 확보 경쟁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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