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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초고령사회 진입에 은행권 격돌···금융·비금융 넘나드는 시니어 전략

금융 은행

초고령사회 진입에 은행권 격돌···금융·비금융 넘나드는 시니어 전략

등록 2025.08.08 10:11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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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센터 확충·헬스케어 제휴 등 서비스 다각화고령층 자산 비중 40% 돌파···새 성장축 급부상수익성·규제 대응·수요 변수 등 장기 리스크 상존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고령 인구 비중이 사상 처음 20%를 돌파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시니어 특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주거·헬스케어·자산관리 등 비금융 영역을 아우르는 전략으로 고령층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다만 장기적인 수익모델 확보와 운영 리스크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들은 상담센터 증설부터 고급 실버타운 금융 지원에 이르기까지 시니어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간 보험업권에 묶여 있었던 시니어 사업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의 핵심 영역으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시니어 종합 상담센터인 'KB골든라이프센터' 운영 거점을 최근 전국 12곳으로 대폭 늘렸다. 2020년 7월 은행권 최초로 출범한 KB골든라이프센터는 은퇴 준비와 상속·증여 컨설팅, 요양·헬스케어 상담까지 아우르는 시니어 맞춤 종합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영업점 내 전문 상담 인력을 배치해 은퇴 자산관리부터 노후생활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돕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도 시니어 주거 서비스 분야에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고급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 사업자와 금융서비스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6일에는 헬스케어 전문기업 GC케어와 협약을 맺고 시니어 특화 건강관리 서비스를 공동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과 헬스케어를 결합해 시니어 고객에게 건강 상담, 병원 연계, 간병인 지원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신한은행의 복안이다.

시니어 주거사업에 전용 콜센터까지···은행권 경쟁강도↑


하나은행은 시니어 주거 복지 분야로 발을 넓혔다. 지난달 22일 하나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국내 최초의 도심형 시니어 웰니스 레지던스 사업에 전략적 금융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다. 민간 임대주택 형태의 고급 실버 레지던스에 은행이 직접 금융 파트너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은행은 단순 대출 제공을 넘어 입주자들의 보증금 관리 신탁, 은퇴자산 운용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맞춤형 금융·비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시니어 고객의 생활 전반을 함께 관리해주는 것이 목표다.

비대면으로 영업하는 케이뱅크도 업계 최초로 고액자산 시니어 전용 콜센터를 신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그동안 지점이 없어 대면 응대가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전담 상담 인력이 전화로 고령 고객의 자산관리 상담을 도와줄 수 있게 됐다. 이는 시니어 고객 기반이 비교적 약한 인터넷은행이 고객 경험 차별화로 새 시장을 개척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이 시니어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시니어층이 금융시장의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한민국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국민 5명 중 1명은 고령자라는 얘기다.

특히 시중 자금의 상당 부분은 베이비부머 등 고령층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 자산의 규모는 2017년 129조원에서 지난해 229조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3%에서 42%로 확대됐다.

고령층 금융·복지 수요 지속 확대···해결 과제도 산적


초고령화에 따라 시니어 대상 금융·복지 수요는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선제적으로 시장을 선점한 은행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해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거·요양시설 연계 사업의 경우 임대료·서비스 수수료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도 가능하다. 은행 입장에선 전통적인 수익 모델인 '이자장사'를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발돋움할 기회라는 평가다.

이재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요양비용 확보를 위한 금융상품 개발 및 종합적인 은퇴 솔루션을 제공해 시니어층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며 "높은 교육수준과 경제력을 보유한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새로운 유형의 케어 서비스를 지속 발굴하고 금융서비스와의 연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지만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 쉽지 않다. 입주율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운영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될 수 있어서다.

시니어 사업이 활성화되면 익숙하지 않은 운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비금융 분야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업권 규제와 감독 체계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본업 외 영역에서 추가적인 규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만큼 기존 영업 부문에서 규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불확실한 수요도 시니어 사업의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고령층의 주거·헬스케어·자산관리 수요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늘어날 수 있지만 실제 이용 규모와 속도는 예측이 어렵다. 부동산 경기, 금리 경로, 소비 성향 변화 등에 금융·복지 서비스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은퇴 세대와 미래의 고령층이 원하는 서비스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사업 지속성의 변수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구변화는 장기에 걸쳐서 서서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마치 끓는 물 속에 있는 개구리와 같다"며 "상품, 채널, 인사, 조직, 자금관리, 인프라 등 은행경영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종합적인 변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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