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좌초로 사업 다각화 차질 빚어최원혁 대표, 해운업 위기 돌파 시험대본사 이전부터 정치 이슈 등 과제 산적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HMM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 간의 SK해운 지분 인수 협상이 결렬됐다.
HMM은 "SK해운 일부 자산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거래 상대방(한앤컴퍼니)과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최종적으로 인수 협상이 결렬됐다"고 공시했다. 지난 1월 1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6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SK해운 인수 가격을 두고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앤코는 SK해운의 전체 몸값을 최대 4조원으로 평가한 반면, HMM은 SK해운 내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업부를 제외한 일부 사업부를 인수한다는 계획으로 1조~2조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HMM은 15조원에 달하는 탄탄한 현금을 바탕으로 중장기 플랜을 세우며 홀로서기를 준비해왔다. HMM은 3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 3조1303억원과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자산 12조6073억원 등 약 16조원에 달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HMM은 2030년까지 신사업에 2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일환으로 컨테이너선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벌크선과 원유·가스운반선 등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SK해운 인수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SK해운 인수가 끝내 무산되면서 지지부진한 재매각 플랜 속에서 제 갈길을 모색하던 HMM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당장 2분기부터 우려했던 실적 악화 시그널이 감지되면서 올해 취임 첫 해를 맞은 최원혁 신임 대표의 어깨도 무거워질 전망이다. 당장 글로벌 운임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 민영화 전략 마련 등 복합적인 과제가 앞에 놓인 상태다.
HMM의 지난 2분기 영업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조5231억원, 영업이익 377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27%, 41.36% 감소한 수준이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성수기 효과로 단기 운임이 반등하며 영업실적은 선방했으나 본격적인 하반기 실적에는 먹구름이 드리운 모양새다. 실제로 글로벌 해운운임지수(SCFI)도 최근 7주 연속 하락하며 3분기 성수기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
최지운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SCFI는 재차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HMM 연간 실적도 전년 대비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새 정부 들어 외압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본사 부산 이전 공약과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회장과 해양진흥공사 수장 교체 가능성은 HMM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부산 본사 이전 이슈로 내부 혼란이 가중되면서 SK해운 인수의 우선순위가 밀려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현재까지 노사 간 협의나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본사 이전 등 외부 변수로 HMM이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사실상 민영화 작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중장기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장에서는 SK해운 인수 무산 이후 HMM의 다음 스텝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M&A를 통한 사업 확장이 좌초되면서, 16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어디에 활용할지가 향후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됐다.
HMM은 SK해운 인수와는 별개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기조 속에서 신사업 투자는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HMM은 지난해부터 중고선 인수 등을 통해 벌크선대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 컨테이너선 항만터미널 인수와 건설 투자 등 터미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HMM은 전 세계 6개 국가에서 8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추가로 브라질 산투스항 항만 터미널 개발 사업 '테콘10' 입찰을 검토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스페인 알헤시라스 컨테이너 터미널을 확장 개발하기로 했다.
물류전문가인 최원혁 대표는 취임 후 터미널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최 대표는 "글로벌 해운 동맹과 대형 선사들이 항만 터미널을 선점하는 흐름 속에서 HMM도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추가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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