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협의 없이 금융회사 교육세율 두 배 인상 상생금융 확대에도 정부 세제 압박···"이익이 죄냐"떠넘기기식 조세로 정책 신뢰성과 금융 안정성 흔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2025년 세제개편안'에는 금융·보험업 수익에 부과되는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0%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적용 대상은 연간 수익이 1조원을 넘는 대형 금융회사 약 60곳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약 1조3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금융·보험업 수익에 대해 일률적으로 0.5%의 교육세를 매기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과세표준 구간이 신설되는 것은 1981년 교육세 도입 이후 처음이다. 금융·보험업의 부가가치 규모가 40여 년간 약 75배 증가한 점을 고려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을 손쉬운 이자 장사 주범으로 지목하더니 이젠 세금으로 벌을 내리겠다는 것"이라며 "은행이 벌면 죄가 되는 것처럼 몰고 가는 분위기인데, 이익이 많다고 일방적으로 두 배 세금을 물리는 게 조세정의에 맞는건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금융권은 교육세 자체가 불합리한 제도라고 지적해 왔다. 본래 교육 목적의 세금으로 설계됐지만, 은행들이 낸 교육세는 교육 이외 분야에 쓰이고 있어서다.
은행권은 "교육세 폐지 또는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지만 세율 인상으로 되돌아왔다. 지난 6월 전국은행연합회는 "교육세 납부와 교육재정 간 관련성이 미약하고, 금융·보험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현재의 교육세는 조세 형평성과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내용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은 예금보험료, 교육세 등 각종 부담금 항목이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도록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늘어난 세금 부담을 은행이 모두 떠안으라는 얘기다.
은행 "상생 내놨더니 세금 폭탄"···정책 신호 왜곡
이번 조치는 최근 정부의 상생금융 요구와도 맞물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로 손쉬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대출 금리 감면과 여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14조원 규모의 금리 감면 프로그램을, 우리은행은 15조5000억원 규모의 기업대출 우대안을 내놨다. 하나은행도 월 1조원 규모로 기업여신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상생금융 확대가 자율적 경영 판단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 정부의 공개적인 압박과 여론에 밀린 결과라는 점이다.
금융권은 이번 세제 개편이 정부의 개입 강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의 이익을 정부가 필요에 따라 조정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다. 일방적인 교육세율 인상이 수익성 악화와 자본비율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손익 모두 정부가 결정하는 구조가 된다면 누가 금융산업에 투자하겠느냐"며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할 금융업이 정책에 묶이면 금융시스템의 자율성과 효율성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특히 자영업자 금리 감면이나 대출 확대는 과거에도 경기 하강기마다 반복돼 온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단기적 수요 부양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정부가 정제된 금융정책 로드맵 없이 여론이나 정치 구호에 맞춰 움직일 경우 금융회사들의 미래 전략 수립에도 혼선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 압박 구조적 한계···중장기적 산업 채질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에 상생금융을 요구하고 세제를 통해 압박하는 방식으로는 상생금융은 물론 근본적인 경기회복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산업구조 전환과 기술인력 확충 등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어려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이들이 산업 영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대학을 중심으로 R&D 인력을 적극 확충하는 게 지속성장의 핵심"이라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도 내수 진작보다 산업 구조조정, 기술개발, 고용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 저성장이 고착된 상황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민생에 돈을 푸는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해외로 유출된 기술 인력들이 국내로 돌아오게 만드는 산업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