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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치킨게임 치닫는 EV 가격 전쟁

전문가 칼럼 권용주 권용주의 모빌리티쿠스

치킨게임 치닫는 EV 가격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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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치닫는 EV 가격 전쟁 기사의 사진

1859년 미국 펜실베니아 지하에서 기름이 발견됐다. 마침 남북전쟁이 터지며 기름값이 오르자 수많은 사람이 기름 채굴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그 탓에 오히려 가격은 하락했다. 이때 석유왕 록펠러가 주목한 것은 기름이 아니라 정제 유통이다. 기름 수요가 증가하자 석유 제품 만드는 일에 눈을 떴다. 동시에 제품 다양화를 통해 정제 마진을 확대했다. 그럼에도 수많은 경쟁자가 몰려 가격이 떨어지자 경쟁사를 흡수해 독점적 지위를 얻고자 했다.

그 결과 1872년 록펠러는 클리블랜드의 정유회사 26개 가운데 22개를 합병해 시장을 독점했다. 그리고 1870년대 말 미국 석유 산업의 90%는 록펠러의 영향 아래에 들어갔고 이를 우려한 미국 정부는 반독점법을 만들어 록펠러 회사를 쪼개버렸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록펠러의 경쟁 전략이다. 록펠러는 경쟁사가 두 손을 들 때까지 가격 싸움을 유지했다. 그리고 저가 전략을 위해 동원한 것은 물량 공세다. 막대한 공급 물량을 앞세워 석유 수송 비용을 줄였고, 여기서 아낀 비용을 기름값에 반영해 저가를 유지했다. 이런 전략을 경쟁사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고 결국 록펠러에 백기 투항했다. 경쟁사를 하나둘 인수한 뒤 록펠러는 독점적 지위를 앞세워 막대한 이익을 확보했다.

뜬금없이 록펠러 얘기를 꺼낸 이유는 전기차 가격의 치킨게임 때문이다. 특히 EV 부문 1위에 올라선 BYD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BYD의 강력한 할인을 두고 "대당 1,000만원 가격 인하는 미친 짓이다", "아니다, 경쟁사를 쓰러트리는 강력한 한 방이다"라는 해석이 대립각을 세운다.

물론 적용 기간은 한시적이다. 하지만 할인 폭이 남다르다. 최대 30% 인하는 단적으로 계산해도 1,000만원에 가깝다. 2,989만원 제품을 1,959만원에 판다. 구형도 아닌 신형이 대상이다. 그 탓에 앞서 12% 인하를 단행했던 테슬라가 무색해졌고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중국 내 모든 자동차기업이 전기차 가격을 따라 내린다. 수익성에 빨간 불이 들어와도 BYD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배터리 판매로 이익을 충당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공장 가동율을 높여 물량을 쏟아내는 일이다. 경쟁사가 쓰러질 것 같으면 인수해서 덩치를 키우면 그만이다.

중국 내 얘기지만 우려는 동일 전략의 해외 적용이다. 유럽, 남미, 동남아, 한국 등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안방 기업들이 영향을 받는다. EV 수익성은 떨어지고 판매 부진으로 공장 가동율은 저하된다. 이때부터는 무조건 자본 싸움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미래 수익까지 끌어당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연기관 가격을 끌어올려야 한다. BYD가 쏘아 올린 할인 치킨게임이 경쟁 내연기관의 가격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격이다.

1903년 헨리 포드가 자동차회사를 설립한 이후 1920년대 중반까지 미국 내 자동차회사는 300곳이 넘었다. 그런데 수많은 자동차기업을 도산시킨 곳은 다름 아닌 포드의 저가 경쟁력이다.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췄고 경쟁력에 밀린 수많은 기업이 인수되거나 사라졌다.

지금의 EV 가격 전쟁이 그때와 다르지 않다. 결국 내연기관처럼 EV도 산업 재편 과정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 결국 치킨게임을 지나 살아남는 곳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누가 지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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