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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LG 오너家의 한결같은 '정치권과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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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너家의 한결같은 '정치권과 거리두기'

등록 2025.06.02 06:30

수정 2025.06.02 07:36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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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외풍에 흔들림 없는 대표 '모범기업'대선 맞물려 정치권·재계 소통 한창인데 '정중동 행보' 구광모 LG 회장 의중에 주목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제공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제공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치권이 연일 산업계에 손을 내밀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선제적인 소통으로 네트워크를 쌓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성을 읽는 한편, 현장의 목소리도 전달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아직까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그가 언제, 어떤 화두를 들고 전면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정당별 후보자와 산업계의 대면이 계속되고 있지만 구광모 LG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계 핵심 인사가 정치인과 만나 정책적 협조를 요청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광모 회장의 의중에 시선이 모이는 배경은 다른 기업과 대조적이라는 데 있다. 국내 4대 그룹 중 직·간접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곳은 LG가 유일해서다.

실제 최태원 SK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으로서 정당별 후보자와 경제 현안을 논의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월 일찌감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만나 청년의 사회진출 지원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역시 민주당 중진 의원으로 구성된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특임소통단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이 직면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후보가 직접 현대차를 찾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일정상 성사되진 않았다는 전언이다.

구광모 회장과 LG가 여느 기업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오너일가의 가풍에서 비롯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LG가(家)는 그룹에 정치적 영향력이 미치는 것을 경계해왔다. 정경유착과 같은 변칙에 의존했다간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철학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바로 고(故) 구본무 회장이 주창한 '정도경영'이다. 특히 "편법·불법을 해야 1등을 할 수 있다면, 차라리 1등을 하지 않겠다"는 선대회장의 어록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LG는 오랜 기간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며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왔고, 국정농단 사태 등 악재를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외부에서도 이들을 모범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는다.

따라서 구광모 회장도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정치인과의 교류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비친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덧붙여 구광모 회장은 '신중한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공식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그룹 안팎의 전략 결정에 집중하는 조용한 리더십을 선호해서다. 언론 인터뷰나 공개 발언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다. 마찬가지로 '말보다 실천', '화려함보다 조직 중심의 실용적 경영'을 추구하는 LG의 기업문화와 무관치 않다.

무엇보다 LG엔 숙제가 산적해 있다. LG전자의 인도 증시 기업공개(IPO)와 LG화학 구조조정, AI 신사업 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구광모 회장도 각 사안을 들여다보며 해결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경제계 안팎에선 구 회장이 조만간 움직이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LG에 러브콜을 보내는 데다 그룹 내에도 구조조정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회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정치 현안과 관련해선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해왔다"면서 "구광모 회장이 직접 나설지는 알 수 없으나, 시기와 명분을 면밀히 검토한 뒤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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