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처리기한 신설로 배상 절차 간소화
금융감독원은 29일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개편해 금융회사의 사고 예방 노력과 대응조치 수준에 따라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 무단이체 피해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준은 보이스피싱·스미싱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제3자가 본인 계좌에서 자금을 이체하거나 대출을 실행한 경우 등에 자율 배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은행은 2024년 1월 이후 발생분, 제2금융권은 2025년 1월 이후 발생한 사고부터 배상 대상에 포함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은행권에서 이 기준에 따라 배상 상담이 총 2244건 접수됐고, 이 중 433건이 배상 신청으로 이어졌다. 신청 중 183건이 책임분담 심사 대상에 해당했으며, 109건에 대한 심사 결과, 총 41건에서 배상이 결정됐다.
배상 총액은 1억6891만원으로, 1건당 평균 배상액은 412만원이었다. 피해금액(9억8122만원) 대비 배상률은 약 18% 수준이며, 최고 배상액은 6306만원으로 집계됐다. 배상까지 평균 116일이 소요됐으며, 최장 307일까지 걸린 사례도 있었다.
제2금융권에서는 2025년 1~4월 동안 배상 상담이 402건, 신청은 57건 이뤄졌으며, 심사 완료된 3건 중 1건에서 35만원이 배상됐다.
금감원은 실제 사고 대응 과정에서 유사한 피해 사례에도 불구하고 은행별로 배상 여부에 차이가 크고,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여부나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이 배상 판단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4월 29일 은행권 최고소비자보호책임자(CCO)들과 간담회를 열고 개선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도출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3가지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첫째, 금융회사가 배상책임 판단 시 FDS 운영 수준, 본인확인·차단 조치 등 사고 예방 활동과 사후 대응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도록 책임분담기준을 정비한다. 이와 함께 생체인식, 신분증 진위확인 등 본인인증 수단 강화를 위해 관련 금융업권과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둘째, 배상 결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은행과 협의해 표준 처리기한을 신설한다. 현재는 신청에서 배상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116일로 다소 긴 상황이며, 일부 사례에서는 300일을 초과하기도 했다.
셋째,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이라는 명칭이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해 약칭 '무단이체 책임분담제'를 도입하고, 제도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금감원과 금융협회 홈페이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를 강화한다. 또한 모바일 등 비대면 배상 신청 창구 확대도 병행 추진된다.
금감원은 책임분담 대상이 되는 사고 유형과 제외되는 경우를 명확히 제시했다. 사기범이 악성앱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탈취해 제3자 명의 계좌로 자금을 이체한 경우는 배상 대상이 되며, 피해자가 계좌 비밀번호나 신분증 사진을 저장하거나 전달한 경우에도 일부 과실로만 평가된다.
반면 피해자가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 이체한 경우나 가족·지인 거래, 로맨스 스캠, 중고거래 사기 등은 책임분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피해 예방을 위한 소비자 유의사항도 강조했다. 출처 불명의 문자메시지 링크(URL)는 클릭하지 않아야 하며 신분증 사진과 비밀번호는 휴대폰에 저장하지 말고 즉시 삭제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지연이체, 단말기 지정, 입금계좌 지정, 해외 IP 차단 등의 '사고 예방 서비스'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 또한 '여신거래 안심차단'이나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하면 전 금융권에서의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비대면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112 통합신고센터에 신고해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금융회사에 자율 배상을 신청해야 하며, 늦게 신고할 경우 배상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금감원은 책임분담제 개선을 통해 금융사의 책임 인식을 높이고 피해자 보호 체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도 개선안은 올해 3분기 중 시행될 예정이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