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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알고 마시는 맥주가 더 맛있다"···오비맥주 비어 클래스에 가다

유통·바이오 식음료 르포

"알고 마시는 맥주가 더 맛있다"···오비맥주 비어 클래스에 가다

등록 2023.05.25 14:38

수정 2023.05.25 21:39

유지웅

  기자

행사가 열린 이태원 '프리츠 아르투아'. 사진=유지웅 기자행사가 열린 이태원 '프리츠 아르투아'. 사진=유지웅 기자

"알고 마시는 맥주가 더 맛있습니다."

국내 1위 맥주 제조사 오비맥주와 이태원이 만났다.

오비맥주는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비어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했다. 전문 강사가 맥주의 기원과 양조법, 종류 등 맥주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법에 대해 강의하는 프로그램이다.

고작 맥주 마시는 데 강의까지 듣는다고 하면 따분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기자 역시 그랬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강사는 맥알못(맥주를 모르는 사람)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도록 쉽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특유의 흡입력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인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8.5일이다.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은 맥주(42.2%)였다. '국민 술'로 통하는 소주(25.4%)보다 맥주를 찾는 이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주종 자체가 갖고 있는 낮은 허들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마셔도 즐겁고 먹은 후에도 부담 없는 술이 맥주인 셈이다.

이예승 맥주문화교육팀장이 강의하고 있다. 사진=유지웅 기자이예승 맥주문화교육팀장이 강의하고 있다. 사진=유지웅 기자

이예승 오비맥주 문화교육팀장은 맥주를 여행에 빗대 표현했다.

그는 "매우 아름다운 유적지에 방문했을 때 '아름답다'에서 끝나면 아쉽잖아요. 문화적 가치나 역사 등을 알면 즐길 거리가 훨씬 많아집니다. 맥주도 마찬가지예요. 각 맥주의 특징을 알고 음식에 맞춰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 팀장은 맥주 맛을 결정하는 4대 기본 재료부터 설명했다. ▲맥아 ▲홉 ▲효모 ▲물이 바로 그것이다.

맥주는 분쇄한 맥아와 물을 끓여 '맥아즙'을 만든 뒤 홉을 첨가하고 효모로 발효시킨 술이다.

맥아는 보리에 싹을 틔어 건조시킨 것으로 맥주의 색·풍미·거품을 결정한다. 맥아는 커피콩을 볶듯 로스팅 과정을 거치는데, 로스팅을 하면 할수록 맥주 색은 진해지고 맛은 강해진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맥아와 맥주의 색. 사진=오비맥주 제공로스팅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맥아와 맥주의 색. 사진=오비맥주 제공

홉은 쌉싸름함을 담당한다. 홉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쓴맛이 결정되고 이것은 IBU(International Bitterness Unit)라는 단위를 통해 표현된다. IBU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쓰다는 뜻이다.

효모는 맥주의 발효를 돕고 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맥아즙에 효모가 들어가면 당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과일이나 꽃향기를 내는 '효모 에스테르'가 나오게 된다. 별도 향을 첨가하지 않고서도 바나나와 꿀 향 등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경수(hard water)를 사용하면 쓴맛이 강조되고, 미네랄이 적은 연수(soft water)를 넣으면 목 넘김이 부드러운 맥주가 된다.

맥주는 크게 에일과 라거로 나뉜다. 에일은 맥주 통에서 '위로 떠오르는 효모'를 사용해 상온(15~20도)에서 10~14일을 발효한다. 과일 향이나 꽃향 따위의 깊은 풍미가 특징이며, 일반적으로 라거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높다.

라거는 하면발효 효모를 사용해 저온(8~12도)에서 25~30일간 발효한다. 깔끔하고 청량하며 가벼운 바디감이 특징이다.

이날 강의 하이라이트는 '푸드 페어링'(food pairing)이었다. ▲레페 브라운 ▲트리펠 카르멜리엣 ▲밀구름 ▲호가든 ▲구스아일랜드 312 ▲구스아일랜드 IPA ▲스텔라 아르투아 등 7종 맥주와 그에 어울리는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오비맥주의 맥주 브랜드를 비교 시음했다. 사진=유지웅 기자오비맥주의 맥주 브랜드를 비교 시음했다. 사진=유지웅 기자

이 팀장은 시음에 앞서 ▲강대강 ▲반대 ▲상호보완의 원칙을 강조했다.

강한 향의 바비큐는 '스타우트' 맥주가 잘 어울린다. 좀 더 볶은 맥아를 사용해 강한 향을 지닌 맥주여서다. 반대 경우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치맥이 대표적이다. 기름진 치킨엔 '카스'처럼 라이트하고 청량한 라거가 제격이다.

상호보완은 '단맛'과 '단맛'이 만나는 식이다. 음식의 맛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너무 달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첫 시음과 함께 접어두게 됐다.

캐러멜·초콜릿·자두 맛이 나는 레페브라운을 초콜릿 쿠키와 함께 맛봤다. 단맛의 맥주와 쿠키가 서로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달콤한 맥주인 밀구름(바나나향)과 호가든(오렌지향)엔 반대 형식인 매운 감자튀김이 곁들여졌다. 레페·밀구름·호가든 모두 기자가 평소 '불호'하던 맥주였지만 그 사실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훌륭한 페어링이었다.

벨기에 수도원 맥주인 '트리펠 카르멜리엇'은 바나나·바닐라 향이 특징으로 스파이시한 샐러드 해산물과 잘 어울렸다.

트리펠 카르멜리엇과 함께 제공된 벨기에 요리. 사진=유지웅 기자트리펠 카르멜리엇과 함께 제공된 벨기에 요리. 사진=유지웅 기자

오비맥주는 지난 2013년부터 대학과 군부대 등 다양한 단체를 대상으로 맥주 교육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기자는 제대로 된 푸드 페어링을 처음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맥주의 재료뿐 아니라 역사, 각 맥주에 얽힌 이야기, 특성도 배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오비맥주의 내공이 느껴졌던 행사였다.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 카스의 매력도 재발견했다.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는 높은 발효율로 낮은 잔당감과 라이트한 바디감을 지니고 있다. 한국 음식과 함께 큰 모금으로 마시기에 최적화돼 있다. 11년째 1등이란 타이틀에 수긍가는 대목이었다.

알고 먹는 맥주가 더 맛있었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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