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전기차 160만대 판매 목표···기존 대비 30%↑상품성·브랜드 가치 개선···평균 판매가 3000만원 돌파전기차 수익성 업계 2위···美 IRA 타격도 크지 않을 듯
기아는 지난 6일 주주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2023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2030년 글로벌 판매량 430만대, 매출액 160조원, 영업이익 16조원을 제시한 기아는 중장기 경영목표를 지난해 대비 대폭 상향했다.
기아는 2030년 판매 목표를 지난해 제시했던 목표치(400만대)보다 8%나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인 290만대보다 140만대나 많은 수치다.
기아의 2030년 전기차 판매목표는 160만대로, 지난해 제시됐던 120만대보다 30%나 상향 조정됐다. 2022년 전기차 판매량이 15만8000대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판매 증가분 대부분을 전기차로 채우는 셈이다.
기아는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2027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15종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집중하기로 했다. 기아는 프리미엄 라인부터 중저가 라인까지 다양한 전기차 고객층에 대응하고 1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기아가 판매와 수익 목표를 공격적으로 높여 잡은 배경은 큰 폭으로 개선된 브랜드 가치와 상품성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아의 1대당 평균판매단가는 3190만원으로, 4년 전 대비 48%나 급증했다. 구매력이 부족한 서민들이 타는 '싸구려 차'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얘기다.
<span class="middle-title">첨단사양 기본화해 상품성 극대화···美 고객만족도 최상위권
실제로 첫 번째 전용 전기차인 'EV6' 출시 이후 기아 고객의 소득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미국시장에서 기존 기아 고객의 평균소득은 8만달러였지만, EV6 고객의 평균소득은 약 15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아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안전‧편의사양을 기본트림부터 적용하는 방식으로 상품성을 크게 높였다. 초기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소비자의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제이디파워에 따르면 기아는 ADAS, 인포테인먼트, 연비, 편의사양 등 만족도 조사에서 최근 2년 연속 2위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기아의 글로벌 인센티브는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8년 대당 3000달러에 달했던 글로벌 인센티브는 4년 만에 1250달러까지 내려온 상태다. 기아의 상품성이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대등해지면서 과도한 인센티브를 지급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span class="middle-title">중고차 잔존가치, 26위서 4년 만에 2위로
기아를 보는 고객들의 눈이 달라지면서 중고차 가치도 껑충 뛰어올랐다. 2018년 39.7%에 불과했던 기아의 잔존가치는 지난해 55%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35개사 가운데 26위였던 기아의 잔존가치 평가순위도 2위로 상승했다.
전기차의 수익성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기아의 전기차 영업이익률은 5~6% 수준으로, 순수 완성차 제조사 중에선 테슬라(18%) 다음으로 가장 높다. 현대차와 연구개발(R&D) 비용을 나눠서 지출하고 혼류생산 등 기존 설비를 적극 활용한 결과다. 기아의 전기차 라인업이 보급형이 아닌 하이엔드급에 집중돼 있는 것도 수익성 제고 배경으로 꼽힌다. 오는 2030년에는 기아의 전기차 영업이익 비중이 내연기관차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가 올해 제시한 목표치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선된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 전기차 시장의 선점효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 신규사업의 이익 개선효과를 복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자동차 업황이 좋은 게 아니라 '기아'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span class="middle-title">美 IRA 과도한 우려···플릿 판매 늘리고 현지생산도 '더 빠르게'
기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판매 감소 우려에도 선을 긋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6조3000억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약 2년간은 보조금 공백이 불가피하지만, IRA 시행에 따른 판매차질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70여 종 가운데 50여 종이 IRA의 영향을 받게 되며, 100% 보조금을 받는 차종은 10여종 뿐"이라고 강조했다. 기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기차 브랜드가 같은 처지란 얘기다.
이 교수는 이어 "상업용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IRA 시행이 기아에 아주 치명적이진 않을 것"이라며 "보조금을 못 받는 차종이 늘어나면 전체 전기차 시장이 위축될 수는 있지만 과도하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아는 조지아 공장 완공 전까지 플릿(상업용 차량)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늘려 보조금 공백에 대응할 방침이다. 북미 시장에서 기아의 플릿 비중은 경쟁사보다 낮은 10% 미만이었지만 30%까지 높여 판매차질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플릿과 리스로 판매되는 전기차는 생산요건과 관계없이 7500달러의 보조금이 보장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 부담이 높은 플릿은 일반 리테일 판매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면서도 "하지만 기아는 상품성과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플릿과 리테일의 손익구조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분석했다. 따라서 현지 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플릿으로 대응하더라도 수익성이 훼손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기아는 미국의 현지공장 완공도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겸 미국판매법인장도 지난 5일(현지시간) "그룹 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전기차 현지 생산 시점을 2024년 중반까지 앞당기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span class="middle-title">중국시장 판매망 재건여부가 관건···올해 전기차 신차 2종 출격
일각에선 기아의 목표 달성 여부가 중국시장 판매망 재건 여부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아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합작법인인 장쑤위에다기아(강소열달기아기차유한공사)는 지난해 7059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기아가 3664억원을 수혈해 자본잠식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판매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65만7000대에 달했지만 이듬해 39만5000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아의 판매량은 매년 가파르게 감소하더니 지난해엔 9만5000대까지 내려왔다. 기아의 지난해 중국시장 점유율은 0.4%로, 전년 대비 0.2%p나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중국 자동차 시장이 7.1%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아쉬운 성적표다.
기아의 중국시장 부진의 원인은 '전기차 부재'가 첫 손에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400만대 이상, 시장 점유율은 21%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기아가 판매하는 전기차는 K3 EV밖에 없다. 이에 기아는 EV6와 중국 전략모델 EV5를 연달아 출시해 중국시장 판매 회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기아는 "EV5는 중국 기준으로 700km까지 주행거리를 확보했고, SUV로 개발해 중국 내 판매되는 세단형 전기차들과 차별화했다"며 "중국에선 구형 모델로 대응하다 보니 판매가 줄고 딜러가 떠나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지만 EV5 등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을 다시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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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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