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업 팔 비틀어 물가 잡는 때, 지나지 않았나요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업 팔 비틀어 물가 잡는 때, 지나지 않았나요

등록 2023.03.08 17:22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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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 계획을 보류했다. 하이트진로 또한 소주 가격 인상설에 "당분간 소주 가격을 올리지 않을 계획"이라며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먹거리는 물론 생필품의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생활이 더욱 팍팍해진 요즘이었다. 이런 가운데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이들의 결정은(일부 판매 채널의 일부 품목으로 한정됐지만) 가뭄의 단비 같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이를 그리 '환영'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댓글과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시장경제 논리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 화살은 기업들이 아닌 정부에게 꽂혔다. '자율'을 강조하던 정부가 별안간 자유 시장 논리에 정면 배척되는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식품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농림축산식품부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삼양식품,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 6개 식품 제조 업체 임원진과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고 제품가 인상을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식품업계는 대체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증가하고 있는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협력이 절실하다"며 "한 번 오른 식품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수용하고 고물가에 기댄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월 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올해 상반기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이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농심, 동원F&B, 롯데제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서식품, 삼양식품, 오뚜기, 오리온, 풀무원, 해태제과, SPC 등 식품기업 대표 및 고위 관계자가 참석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자사 제품들의 가격을 올린 기업들이다.

취재현장에서 식품업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힘든 상황을 토로한다. 단순히 가격 인상 만을 '원해서' 올린다기보다는 원부자잿값 상승과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계속해서 오르는 탓에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지난해 실적만 봐도 그렇다. 주요 식품업체들이 판매가 인상 효과로 역대 최대 매출액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원재료 가격 압박이 지속돼 수익성은 대부분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주요 식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CJ제일제당이 6.8%, 대상은 3.4%, 롯데제과는 3.3%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 대상은 1%포인트 롯데제과는 0.6%포인트 하락했다.

동원F&B의 영업이익률은 3.2%로 집계됐고 농심은 3.5%를 기록해 각각 0.5%포인트 떨어졌다. SPC삼립의 영업이익률은 0.5%포인트 올랐지만, 2%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투자도 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많은 직원과 협력업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가격 인상이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무턱대고 "가격 인상 말라"며 옥죄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팔을 비틀어 물가 잡는 때는 이제 지났다. 정부가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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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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