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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땐 '재무통'···인사철 앞두고 주목받는 '금융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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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불황' 우려 타고 재무 전문가 존재감↑
'CFO 출신' 은행·보험·카드 CEO 실적 선방에
서용호·이후승·이성욱·이태경 등 거취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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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연말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주요 금융그룹 CFO(최고재무책임자)의 거취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내년엔 금융산업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란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만큼 각 기업이 재무 전문가를 앞세워 새 진용을 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B금융의 경우 내년 초 문을 여는 KB라이프생명보험의 지휘봉을 지주 CFO 출신 이환주 KB생명 대표에게 맡겼는데, 인사를 앞둔 다른 금융그룹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직개편 앞둔 금융그룹, CFO 전진배치?=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은 2023년 새해를 앞두고 조직을 재편하기 위한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다. 차기 회장 인선과 같이 굵직한 현안을 매듭짓는대로 임원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가운데 업계의 관심사는 각 기업이 그룹의 재무와 회계,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는 CFO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영호 KB금융 전무와 이태경 신한금융 부사장, 이후승 하나금융 부사장, 이성욱 우리금융 부사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각각 재무담당 임원으로서 활동한 기간은 다르지만 내년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이들에게 중책을 맡기지 않겠냐는 진단이 나온다.

서영호 KB금융 전무는 금융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용과 배당, 리스크 등을 조율함으로써 그룹이 내실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KB금융은 전통적으로 재무 전문가를 중용한다. 8년째 KB금융을 이끄는 윤종규 회장은 물론, 연초 선임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허인 지주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경영진으로부터 CFO 경력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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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이태경 신한금융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CFO로써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자리를 유지하는 데서 나아가 계열사 대표까지 맡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은 2021년 조용병 회장의 '2기 조직개편' 이후 경영관리부문장을 필두로 재무와 회계, 리스크 등을 관리해왔다. 그 중 이 부사장은 지주에서 직접 계열사 경영을 챙기기 위해 신설된 경영관리부문에서 재무부분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이 부사장은 지주와 은행에서 경영관리, 재무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과거 LG카드 인수 실사 과정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 글로벌 사업 부문의 재무까지 챙기기도 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부사장 역시 업계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우리은행에서 재무기획부장과 재무기획부 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9년 지주로 옮긴 뒤엔 재무기획단 상무와 재무부문 전무,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매년 승승장구하며 눈길을 끌었다. 지금은 우리종합금융 기타비상무이사도 겸하고 있다. 그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상업·한일은행 합병과 같은 프로젝트에도 관여해 손태승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승 하나금융 부사장 역시 코로나19 대확산 국면 속에 재무총괄로서 그룹 성장에 일조했다. 그는 그룹감사총괄 상무,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를 거쳐 2020년 6월 그룹재무총괄로 투입된 인물이다. 당시 은행 전무를 맡은 지 1년 반 만에 지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서도 중책을 맡을 것으로 그룹 안팎에선 보고 있다.

◇'3고 현상'에 금융사도 휘청…'재무 전문가' 존재감 커져=이처럼 CFO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리스크'로 어려운 사업 환경이 펼쳐질 것이란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식에 기인한다.

한국금융연구원과 하나금융경제연구원 등 주요 기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3년엔 금융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꺾일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 한계기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부실이 표면화하면 각 업권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은행업은 대출자산 증가와 맞물려 늘어나는 대손비용이, 보험업은 채권매매수익 감소와 손해율 상승이, 카드·캐피탈 등 여전업은 조달비용 부담과 부동산PF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례로 은행은 대손비용이 순이익 증가를 억제하면서 당기순이익이 올해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란 전언이다. 덧붙여 보험업은 내년부터 가동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에 적응해야 한다는 숙제도 떠안고 있다.

즉, 이 위기를 돌파하고 견고한 경영 기반을 다지려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CFO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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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현재 각 금융사는 자본조달 기반을 구축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동시에 은행·비은행 기업이 협력해 외화를 확보하는 등 노력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모 방식의 은행채 발행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생명처럼 악재를 선제적으로 차단한 곳도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참고자료를 통해 내년 4월 10억달러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예정대로 행사하겠다고 못박았다. 앞서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가 번복하는 과정에서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것을 고려한 조치다.

◇국민·우리은행에 메리츠화재도…CFO 출신 경영인 '두각'=이러한 흐름을 방증하듯 올 한해에도 금융시장에선 CFO 출신 CEO가 이끄는 금융사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먼저 KB국민은행은 3분기까지 누적 2조5590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5.9% 성장을 일궈냈을 뿐 아니라, 연체율(0.14%) 등 건전성 지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 늘어난 2조3735억원(연체율 0.19%)의 순익을 거두며 성장을 견인했다.

두 은행 모두 재무 분야에 정통한 CEO가 버티고 있는 곳이다. 연초 선임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지주 CFO와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대표(전무),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자금부장과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등 요직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으로 타격을 입은 보험과 카드업계에서도 CFO 출신 보험사 대표의 활약이 빛을 발했다.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는 그룹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우수한 성적표(3분기 누적 순익 5213억원)를 내밀었다. 은행 소비자보호그룹 상무와 리스크관리그룹 전무, 지주 재무총괄 부사장(CFO)을 지낸 그는 2021년 1월 KB손보 사장으로 취임한 뒤 장기보장성보험을 확대하는 등 새 회계제도 대비에 신경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뒷걸음질 치던 회사의 순익 규모를 키우는 등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도 손보업권 내 기업의 입지를 크게 끌어올리며 '창립 10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9월까지 전년 대비 55.1% 증가한 7246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을 뿐 아니라, 3분기엔 2607억원을 남기며 DB손해보험(2545억원)을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장수 CEO' 김용범 부회장은 금융권 전반에서 알아주는 '재무 전문가'다. 대한생명 증권부, 삼성화재 자산운용실, 삼성투자신탁운용 채권팀 등에서 몸담은 그는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CFO로 메리츠금융에 합류한 이래 특유의 경영 철학으로 보험과 증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써왔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역시 채권 가치 하락 등 우호적이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이다. 비록 3분기 누적 순이익(8063억원)이 작년보다 8% 가량 줄었으나, 분기별로는 이익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누적 수입보험료가 10조원을 넘어서는 성과도 달성했다. 여 대표는 대한생명 시절인 2004년 재정팀장을 거쳐 2011년 전략기획실장으로 이동한 CFO 출신 인사다.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 작업도 지휘했다.

이밖에 삼성카드도 삼성생명에서 장기간 CFO를 김대환 사장 주도로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카드는 3분기까지 140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를 유지했는데, KB국민카드·우리카드 등 경쟁사의 실적이 10% 이상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우수한 성과를 낸 셈이다.

업계에선 실물경기 둔화와 대출금리 상승이 불러올 내년의 위기 속에도 이들 금융사가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덧붙여 재무 분야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세를 지켜낸 각 CEO가 자리를 지킬지 여부도 관심사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23년 금융산업은 경기둔화로 성장성이 정체되고 조달·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며 "무리한 성장보다는 내실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수정 기자 crystal@
정단비 기자 2234jung@
차재서 기자 sia0413@
한재희 기자 han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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