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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피·땀·눈물로'...빗물에 식은 쇳물 다시 달구는 포항제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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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연공장 침수 흔적 역력...전기설비 복원 관건
고로·1열연공장 정상가동...내년 2월 완전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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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침수의 시작점이라 지목된 인근 하천 '냉천'에는 아직도 부러진 나뭇가지가 널부러져 있다. 사진=이승연 기자

태풍 힌남노가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할퀴고 간 지 벌써 두달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대부분 복구가 완료 돼 일상을 모습을 찾았지만, 일부는 아직도 그날의 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포스코는 23일 포항제철소 수해복구 현장을 사고 이후 처음으로 공개했다.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수마와 화마가 덮친 지 꼭 79일 만이다. 그날의 참상은 굳이 제철소 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될 만큼 주변 인근에서 조차 그 흔적이 역력했다. 침수의 시작점이라 지목된 인근 하천 '냉천'에는 아직도 부러진 나뭇가지가 널부러져 있었고 복구 작업 중 폐업이 결정된 제철소 옆 대형마트는 마치 유령건물 같았다.

2022년 9월 6일 새벽, 포항에 쏟아진 비의 양은 340mm. 기상 관측 사상 5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기록적인 폭우다. 이는 좁고 얕은 냉천 범람의 원인이 됐고, 하루 중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만조와 겹치면서 포항제철소와 인근 건물을 단번에 집어 삼켰다.

그날 제철소 안에 흘러 들어간 흙탕물은 대략 620만톤으로, 여의도를 2.14m의 높이로 다 덮고도 남는 양이다. 지하실에는 물이 가득 찼고, 지상에도 1~1.5m까지 물이 차올랐다. 손병락 1호 포스코 명장(상무보)는 당시 제철소 모습을 '중국 황하(黃河)'에 비유했다. 손 명장은 "중국 황하를 본 적은 없지만, 힌남노가 덮친 그날 공장의 모습은 흙탕물이 넘실거리는 황하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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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가장 피해가 큰 곳은 냉천과 가까운 '2열연공장'이었다. 이 곳은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1350만톤의 제품 중 500만톤이 통과하는 공장으로, 자동차용 고탄소강, 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 스테인리스 고급강 등 주요 제품들이 꼭 거쳐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공장이다. 하지만 공장 지하부터 물이 차오르면서 배수와 토사물을 빼는 데만 무려 6주의 시간이 걸렸다. 물 먹은 열연기기 15대 중 11대도 교체해야 했다.

사고 두달이 지난 지금 '2열연공장'은 직원들의 복구 노력과 민·관·군 등 곳곳의 지원이 더해져 차츰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물이 들어찬 지하는 퀘퀘한 냄새와 습한 기운이 여전히 그날의 흔적으로 남아 있었지만, 열연기기 13대 중 11대는 복구완료 됐고 교체가 가능한 녹슨 장비와 설비 등은 새단장을 앞두고 있었다.

이는 당초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예상한 1년의 복구 시기보다도 훨씬 빠르다. 포스코는 앞서 해당 침수 설비의 신규 발주로 검토했다. 하지만 제작과 설치까지 1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돼 직접 복구를 결정했다.

최대 170톤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 복구작업은 손병락 명장의 주도하에 50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이 총 동원됐다. 총 47대중 33대를 자체적으로 분해·세척·조립해 복구하는데 성공했으며 나머지 모터 복구작업도 공장 재가동 일정에 맞춰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게 제철소 측 설명이다.

손승락 포스코 열연부장은 "열연 공장에는 무게가 170톤에 이르는 모터를 포함해 약 4만개 이상의 모터가 있는데 이를 일일이 빼 수리를 하게 되면 최소 10개월이 걸리고 새로 만들면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손병락 명장이 이를 일일이 복구하자는 의견을 냈고, 여기에 무려 1300명의 인력을 투입해 복구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병락 명장은 2열연공장의 복구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전기설비로 꼽았다. 기계설비의 경우 물리적으로 복구 가능하지만, 전기설비는 전기시설을 제어하는 기술적인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2열연공장을 제외한 다른 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모습을 찾은 듯 보였다. 고로는 1050도 온도에서 훨훨 타고 있었고 1열연공장에선 불을 머금은 슬라브가 뜨거운 열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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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직원들은 제철소의 빠른 복구의 비결로 경영진 결단을 꼽았다. 사고 전날 제철소 심장인 고로 3기를 휴풍(休風) 시키자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고로를 되살릴 수도, 제철소를 다시 운영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진보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상무보)은 "태풍 전날 휴풍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고로가 폭발해 고로는 물론이고 포항제철소 자체가 제 기능을 잃었을 것"이라며"경영진의 고로 가동 중단 결정은 30년간 고로와 함께 살아온 '고로쟁이'로서 지켜봐온 경영진 선택 중에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실제 포항제철소는 고로 휴풍을 통해 쇳물이 굳는 냉입(冷入) 발생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고로를 태풍 사고 4일 만에 재가동시킬 수 있었다. 이는 세계 철강산업 역사상 보기 드문 사례로, 이후 포스코는 냉천 범람에 직격탄을 맞아 피해가 심했던 압연공정 복구에 집중함으로써 제철소 전체의 빠른 정상화가 가능하게 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설비 가동을 정지한 조치로 각 설비에 설치된 모터, 변압기, 차단기 케이블 등 수만 대 전력기기가 합선·누전으로 인해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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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 현대중공업이 포항제철소 복구응원 커피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반대로 경영진은 임직원들의 노고와 민·관·군 지원 및 공급사·고객사 배려와 국가적 관심을 공으로 돌렸다. 포스코는 "향후에도 포스코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빠르게 보다 안전하게' 전 임직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치단결하여 빈틈없이 복구를 진행해 초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더 단단한 조직과 더 강건한 제철소로 거듭날 것"이라며 "또한, 이번 수해 피해 상황과 복구 과정을 면밀히 기록, 분석하고 기후이상 현상에 대응한 최고 수준의 재난 대비 체계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복구 작업을 완료해 정상 가동을 시작하겠단 계획이다. 현재 기준 3전강, 2전강, 1냉연, 1열연, 1선재, 3후판 공장이 복구가 됐으며, 최근 2후판 공장 복구가 완료됐다. 다음달에는 2냉연, 2열연, 2선재, 스테인리스(STS) 2냉연, 1전강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며, 내년 1~2월에는 도금 CGL(대부분 올해 내 가동), STS 1냉연(일부 올해 내 가동) 복구를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포스코는 빠르되, 안전하지 않으면 복구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포스코는 복구 작업 중 안전 수칙을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용역 업체에 대해 출입금지 결정을 내리는 등 안전 관리에 매우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시열 포스코 공정품질담당 부서장은 "복구 작업에는 감전에 대한 리스크, 질식사, 추락 위험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포스코는 강력한 안전 통제를 통해 지금껏 인명 피해 없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연 기자 l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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