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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푸르밀 재건, 공염불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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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최근 유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푸르밀의 사업 종료 발표였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푸르밀은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에 자구책이 없다고 판단, 사업 종료와 전 직원 해고를 결정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푸르밀은 2019년부터 적자를 지속해왔으나, 사업을 접어야 할 수준일 정도로 심각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와 업계 관계자들보다 더 놀랐던 이들은 푸르밀 임직원들이었을 것이다. 당혹스러움, 허탈감이라는 단어로 이들의 감정을 다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푸르밀의 재무지표는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다. 사업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또한 2019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면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유입이 지속됐다. 대개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긍정적으로 본다. 차입금을 갚았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플러스는 빌린 돈이 증가하는 것이라 부정적인데, 푸르밀의 경우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플러스를 기록했다.

'그간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녹록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업계 관계자들과 임직원들은 오너 일가인 신준호 회장과 신동환 대표의 '자구책 마련 노력'에 의문을 품었다.

푸르밀 노조는 경영진을 두고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 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지적은 어떤 변명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정확했다. 유업계는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우윳값은 오르는데 날로 떨어지는 출생률과 줄어드는 소비량에 업체들은 저마다의 활로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경쟁사들은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노력한 반면, 푸르밀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OEM 사업에 의존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 달간의 협상 끝에 푸르밀과 노조는 인원 3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사업 종료는 철회하기로 했다. 푸르밀은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 한다.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다. 우리 제품을 사랑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푸르밀은 지난 1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이날까지 푸르밀 희망퇴직자는 30~40%선에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남은 과제는 은행 및 거래선들과 납품 재개, 대리점과 임직원들과 신뢰 재형성 등 다양하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에게도 적절한 대우를 해줘야겠지만, 회사에 남은 직원들에게 푸르밀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푸르밀 오너 일가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애당초 회사가 위기에 처했던 이유를 정확히 되짚어 봐야 한다. 이미 푸르밀은 미흡한 설비투자와 더딘 연구개발로 경쟁사 대비 한참 뒤처져있다. 그간 펼쳤던 저가 정책과 PB 위주의 전략도 손을 보고, 경쟁력을 키우는 게 보다 절실하다. 소비자들의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마게팅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실제 신동환 대표는 지난 2019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장은 할 수 없겠지만 회사 비전을 생각했을 때 유가공 사업 이외에 수익을 내는 신규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경쟁력 강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듬해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에이플네이처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칼로바이 퍼펙트파워쉐이크'를 내놨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다.

푸르밀 재건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게 신 대표가 해야 할 일은 2019년의 다짐을 되새기는 것이다. 회사가 망하기를 바라는 오너, 일자리를 잃기를 바라는 직원은 없다. 파트너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는 업계 관계자도 없다. 실패의 문턱에서 다시 시작해보기로 한 푸르밀 임직원들을 지금은 조용히 응원해본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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