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초 미국의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하인리히가 정의한 '하인리히 법칙'을 보자. 이 법칙은 사고나 재난은 발생 전에 여러 차례의 징후가 나타나므로 이에 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심각한 안전사고가 1건 일어나려면 그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라도 다르지 않다. 위기는 한번에 '딱' 나타나지 않는다는건 이미 과거 경험으로 알고 있다. 1997년 IMF외완위기때 그러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도 그랬다. 징후는 늘 있고 그것을 알아채고 위기를 막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두 갈래의 길이 있을 뿐이다.
한국 경제 지표는 이미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 8월 경상수지가 같은 달 기준 2008년 이후 14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누적되면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를 떠올려야 한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경상수지가 큰 변동성을 가질 것이라며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지난 4월부터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 역시 쉽게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원달러 환율도 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들어 '1200원 돌파' '1300원 돌파' 제목을 달고 나오던 보도를 우습게 원달러 환율은 어느새 1400원을 돌파해 1420원~1430원대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기업들의 고통이 늘어나는가 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를 더욱 끌어올리게 된다.
정책 결정에 있어 실기(失期)해선 안된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위기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위기를 겪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피하지 못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이 낙관론을 펼친다고 해서 코 앞의 위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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