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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유혹’ 김호진 “브레이크 없는 권무혁 만난 건 행운이죠”

[인터뷰] ‘화려한유혹’ 김호진 “브레이크 없는 권무혁 만난 건 행운이죠”

등록 2015.11.16 14:54

이이슬

  기자

 ‘화려한유혹’ 김호진 “브레이크 없는 권무혁 만난 건 행운이죠” 기사의 사진


순하디 순한 양이었다. 달콤한 미소로 여심을 홀리는가 하면, 맛있는 음식을 놓고 행복해 했다. 김호진은 그렇게 부드러운 미소와 자상한 매력으로 남편 삼고 싶은 배우로 자리잡았다. 물론 그가 권무혁을 만나기 전 이야기다.

부드러운 미소와 다정하게 건네는 말 속에 살기가 숨어있다. 그렇기 김호진은 김호진인듯 아닌듯 권무혁을 완벽하게 입고 배우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호진은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 연출 김상협)에서 강일주(차예련 분)의 남편이자 태평양 일보의 사주 권수명(김창완 분)의 차남, 채널T의 전무이사 권무혁으로 분하고 있다. 마음이 여리고 음악, 미술 등 예술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다.

사람을 시켜 살인을 시도하고, 자신을 거부하는 아내에게 성폭행을 일삼는 등 권무혁은 범법자다. 그러나 권무혁이 악행을 저지르는 방식은 기존 악역들과 다르다. 일상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일상적으로 소화한 것. 이는 김호진이기에 가능했다. 권무혁으로 변신한데는 ‘화려한 유혹’을 연출한 김상협 감독의 공이 컸다. 평소 그와 막역한 김상협 감독은 권무혁의 적임자로 김호진을 낙점했다.

“김상협 감독과는 드라마 ‘신 현모양처’ 이후 가끔 사석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어요. 감독님이 ‘김호진이 하지 않았던 역할을 하면 재밌겠다’는 말을 자주 하셨죠. 저도 동감했어요. 미국 드라마에는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해 사랑받는데 국내 드라마에서도 그런 캐릭터가 시청자들과 만나면 재밌을 것 같았죠. 시청자들이 흔히 만나지 못했던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화려한유혹’ 김호진 “브레이크 없는 권무혁 만난 건 행운이죠” 기사의 사진


김호진의 말처럼 권무혁은 기존 국내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캐릭터다. 그렇기에 그는 도전을 불사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는 권무혁에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으로 접근했지만,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신중했다. 단순히 개연성과 설득력 없는 싸이코패스로 보여질 까 우려한 것. 50부작 드라마기에 호흡 역시 잘 배분해야 했다.

“뉴스를 보면 사랑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 군 문제 등 애정에 얽힌 사건들이 종종 뉴스에 등장했는데 권무혁 캐릭터를 받고 그게 떠올랐어요. 너무나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사랑에 표현방식이 서툴러 발생하는 문제들을 접하며 권무혁이 이해되었죠. 그러나 그들은 사회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에요. 권무혁을 통해 한가지에 빠져있을 때 표현방식의 차이와 그로 인해 집착으로 번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단순한 사이코패스로 그려지는 것은 싫었어요. 단순히 사이코스러운 면만 드리지 않기 위해 임팩트 있게 갈 수 있도록 수위 조절을 했죠. 50회까지 임팩트 있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배역의 감정선을 조절하는게 제 숙제에요.”

하루다 멀다하고 악행을 저지르는 권무혁은 사랑이라는 당위성을 입었다. 범죄는 용서받을 수 없지만, 그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꽤 매력적이다. 김호진은 권무혁의 매력을 한껏 잘 살려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포인트에 대해 깊으니 김호진은 꽤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권무혁의 매력 중 하나는 김창완과 정진영에 대들 수 있는 거에요. 김창완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에요. 또 강 회장(정진영 분) 역시 엄청 무서워요. 감히 아무도 대들 수 없는 이들에게 유일하게 대드는 사람이 권무혁이에요. 그게 재밌어요. 지난 12회 방송에서 흥분한 제가 퍼즐을 맞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김상협 감독은 소름이 끼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장면들이 무혁이의 매력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아요. 저도 놀랐어요. 이렇게 퍼즐로도 무혁이를 표현할 수 있구나 싶었죠. 또 피규어를 가지고 놀다가 팔이 부러지는 장면도 마찬가지에요. 무혁이는 계산된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이죠.”

질투하는 권무혁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김호진은 이처럼 변해가는 권무혁의 캐릭터에 상당히 끌렸다고 한다. 권무혁이 맞이하는 최후는 어떤 모습일까. 또 김호진이 ‘화려한 유혹’ 속 권무혁을 통해 전하고 싶은 바는 무엇인지 물었다.

“사랑은 커지고 표현이 집착으로 번져가고 있어요. 권무혁의 마무리가 어떻게 될 지 저도 궁금해요.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여자에게 사랑에 빠져서 집착하면서까지 그 사랑을 짊어지고 간다는 것 자체가 사랑의 완성이지 않을까요. 사랑의 완성은 누구나 다를 수 있죠. 정신적으로 혼자 짝사랑하는 것도 완성이 될 것 같아요. 권무혁을 연기하는 제가 앞서가면 안될 것 같아요. 상상을 하고 있지만, 앞서가지 않으려고요.”

 ‘화려한유혹’ 김호진 “브레이크 없는 권무혁 만난 건 행운이죠” 기사의 사진


악역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았던 김호진은 누구보다 악역을 차지게 소화해 호평을 이끌어가고 있다. 1991년에 데뷔한 그는 올해로 24년차에 접어들었다.

“드라마를 통해 ‘너 이제 계속 악역만 하면 어쩌냐’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러나 감독님과 오래 호흡을 맞춘 만큼 김호진이라는 배우에 대해 잘 아는 분이고, 그런 감독과 배우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를 믿어요. 배우가 놓치 수 있는 감정 조차 끄집어낼 수 있는 분이죠. 그러한 작업을 통해 저도 모르는 제 모습과 감정을 알게 되었어요.”

중견연기자인 김호진이 그동안 고이고이 지켜온 이미지를 버리고 전혀 다른 배역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 김호진은 권무혁을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권무혁이 임팩트 있는 만큼 많은 이슈가 되고 있지만 50회차가 마무리 될 때 까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는 제 숙제에요. 그동안 연기 생활을 하면서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거든요.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런 작업을 반복하며 저도 욕심이 생겼어요. 권무혁을 잘 소화하고 싶어요. 운이 이제야 왔나봐요(웃음). 권무혁이라는 역할을 하게 된건 럭키(행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이제 쫄깃하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권무혁의 옷을 입을 수 있었던 건 오랜 연기생활 덕이 아닐까요.”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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