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율과 생존율 혼동 피하는 방법반응지속기간과 안전성까지 종합 평가 필요
"객관적반응률(ORR) 70%,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12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미도달."
항암제 임상시험 발표에서 접할 수 있는 문장이다. 세 지표 모두 높거나 길수록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동일 선상에서 우열을 가리는 지표는 아니다. ORR는 '종양이 줄었는가', PFS는 '암의 진행을 얼마나 늦췄는가', OS는 '환자가 실제로 더 오래 살았는가'를 따진다.
ORR, 종양이 줄어든 '환자 비율'···완치율과 달라
ORR(Objective Response Rate·객관적반응률)은 사전에 정의한 기준 이상으로 종양이 줄어든 환자의 비율이다.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CR)와 일정 수준 이상 감소한 부분관해(PR)를 합산해 산출하며, 종양 크기에 변화가 없는 안정병변(SD)은 포함하지 않는다.
고형암 평가 기준(RECIST 1.1)에 따르면 CR은 표적 병변이 완전히 소실된 상태, PR은 표적 병변들의 최장 직경 합계가 기저치 대비 30% 이상 감소한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ORR 70%"는 평가 대상 환자의 70%가 CR 또는 PR 기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ORR을 해석할 때는 모수(분모)와 평가 주체를 함께 살펴야 한다. 전체 등록 환자(ITT) 기준인지 영상 평가가 가능한 환자만을 추린 결과인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연구자가 직접 판정했는지, 독립중앙평가위원회(BICR)가 블라인드 방식으로 검증했는지도 핵심 변수다. 특히 대조군이 없는 단일군 임상에서는 평가 편향을 통제하기 위해 독립평가 결과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반응의 깊이와 지속성도 관건이다. 같은 ORR 60%라도 CR 비중이 높고 반응이 1년 이상 유지된 경우와, 대부분 PR에 그치고 수개월 내 암이 다시 진행된 결과는 약효의 본질이 다르다. 이에 따라 임상 현장에서는 ORR와 함께 반응지속기간(DOR)을 반드시 병기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제도 역시 단일군 임상에서 확인된 ORR와 DOR를 근거로 조기 승인을 내주는 경우가 많다. 혁신 신약 종거티닙(zongertinib)이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대상 임상에서 70%대의 BICR 기준 ORR뿐 아니라 반응 환자의 상당수가 6개월 이상 반응을 유지했다는 DOR 데이터를 통해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가속승인은 대리 표지자를 기반으로 한 조기 시장 진입 조치인 만큼, 향후 확증 임상에서 실제 생존 연장 이익을 입증하지 못하면 적응증이 철회될 수 있다.
PFS, 암이 '악화되지 않은 시간'을 측정
PFS(Progression-Free Survival·무진행생존기간)는 무작위 배정 시점부터 질병 진행(PD) 또는 사망 중 먼저 발생한 시점까지 기간이다. 환자가 생존해 있더라도 종양이 다시 자라면 사건으로 집계되며,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악화되지 않고 유지된다면 PFS 기간으로 인정된다.
PFS는 최종 생존율(OS) 대비 결과를 조기에 도출할 수 있고, 질병 진행 이후 투입되는 후속 치료제의 간섭을 덜 받는 장점이 있다. 환자 입장에서도 종양 진행을 늦춰 다음 단계의 독성 치료를 미루는 것 자체가 임상적 혜택이다. 이 때문에 표적항암제 임상에서 PFS는 흔히 1차 평가지표로 설정된다.
다만 PFS는 영상 촬영 주기(CT·MRI)와 판정 기준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 투여 약물을 알고 진행하는 오픈라벨 임상에서는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BICR 평가 일치 여부가 중요하다.
또 'mPFS(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12개월'은 환자 전체가 평균 12개월 동안 악화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생존분석 곡선(Kaplan-Meier)상 전체 환자의 50% 지점에서 질병 진행이나 사망이 관측된 시점이 12개월이라는 뜻이다. 암종, 병기, 이전 치료 이력이 다른 별개의 임상시험 간 mPFS 숫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왜곡을 부를 수 있다.
OS, 가장 확실하지만 가장 늦게 확인되는 지표
OS(Overall Survival·전체생존기간)는 무작위 배정 시점부터 원인과 관계없이 사망에 이른 시점까지의 기간이다.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고 치료 유효성과 치명적인 약물 독성을 모두 반영해 FDA를 비롯한 규제기관이 가장 확실한 '최적 표준(Gold Standard)' 지표로 여긴다.
OS 도출에는 장기간의 추적이 필요하다. 특히 환자가 질병 진행 후 대조군에서 시험약으로 바꿔 투여받는 교차투여(Crossover)가 발생하거나 다양한 2·3차 후속 치료제가 투입되면 해당 약물만 가진 순수한 OS 개선 효과가 희석되기도 한다.
'OS 중앙값 미도달(NR)' 역시 무조건적인 장기 생존을 보장하는 수치가 아니다. 데이터 컷오프 시점까지 사망 사건이 절반에 이르지 않아 통계적 중앙값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추적관찰 기간이 짧아 발생한 미도달인지, 장기 추적 끝에 얻은 미도달인지는 추적기간 중앙값과 함께 확인해야 한다.
FDA는 최근 암 임상 가이드라인 정비를 통해 PFS나 ORR를 1차 지표로 삼은 무작위 임상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OS 데이터를 면밀히 수집·제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종양 축소 효과가 나타났더라도 약물 독성으로 인한 조기 사망이 발생하면 최종적인 임상 편익이 상쇄되기 때문이다.
HR 0.70, '생존기간 30% 연장' 아냐
임상 논문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HR(Hazard Ratio·위험비)은 대조군 대비 시험군의 사건 발생 위험 비율이다. OS 분석에서 사건은 사망이며, PFS에서는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이다. HR가 1 미만이면 시험군이 대조군보다 위험을 낮췄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OS HR 0.70은 추적기간 전반에 걸쳐 시험군의 사망 위험도가 대조군 대비 상대적으로 약 30% 낮았음을 뜻한다. 이는 생존기간이 30% 연장됐다거나 생존율이 30%포인트 올랐다는 의미가 아니다.
HR을 해석할 때는 95% 신뢰구간(CI)과 P값을 함께 봐야 한다. 95% CI가 '1.00'을 포함하지 않아야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한다. 아울러 카플란-마이어 곡선이 초반에 겹치다가 후반에 벌어지는 면역항암제 특유의 패턴을 보일 경우, 단일 HR 수치 외에 12개월·24개월 시점별 생존율을 보합 검토해야 신뢰할 수 있다.
숫자의 단순 합 아닌 '일관된 흐름' 읽어야
표준 치료 기준을 바꾼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항암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 투여 담도암 3상(TOPAZ-1)은 세 지표가 유기적으로 약효를 설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더발루맙 병용군의 ORR은 26.7%(대조군 18.7%)로 종양 축소 비율을 높였고, PFS HR은 0.75로 악화 위험을 낮췄으며, 최종적으로 OS HR 0.80을 기록해 실질적 생존 연장으로 귀결됐다. 24개월 생존율 또한 24.9%로 대조군(10.4%) 대비 14.5%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항암제 임상 결과를 읽을 때는 무엇이 사전에 설정된 1차 평가지표인지, 대조군이 존재하는 무작위 배정 임상인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ORR에서는 CR 비율과 DOR을, PFS와 OS에서는 중앙값과 함께 HR, 95% CI, 추적기간을 종합해야 한다. 단일 지표의 화려한 숫자 하나보다 ORR·PFS·OS가 치료 지속성 및 안전성 데이터와 모순 없이 정렬되어 있는지가 신약 파이프라인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는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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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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