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랭식 한계 넘어서는 액침냉각 기술 주목서버와 부품 호환성·안정성 평가 강화실증에서 상용화까지 시장 선점 경쟁 가속
국내 정유업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실증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품 개발과 출시를 중심으로 하던 경쟁이 실제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서버와 냉각장비 업체는 물론 데이터센터 설계·시공사까지 협력 대상을 넓히며 향후 상용 공급으로 이어질 실증 이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 에쓰오일, SK엔무브, HD현대오일뱅크 등은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실증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냉각유 자체의 성능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GPU 서버와 냉각장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실제 데이터센터와 유사한 환경에서 검증하는 방식으로 실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액침냉각은 서버 등 전자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성 유체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AI 연산용 고성능 GPU 사용이 늘면서 서버의 전력밀도와 발열량이 높아지자 기존 공랭식 냉각을 보완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지난해 약 48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액침냉각유는 서버 부품과 직접 접촉하는 만큼 높은 절연성과 열전달 성능은 물론 장기간 사용해도 물성이 유지되는 안정성과 부품 호환성이 중요하다. 정유업계가 기유와 윤활유 사업에서 축적한 배합·평가 기술을 데이터센터 열관리 분야로 확장하기에 유리한 구조다.
이 가운데 GS칼텍스는 비교적 일찍 제품을 출시하고 실증 범위를 넓혀왔다. 2023년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Kixx Immersion Fluid S'를 출시한 뒤 2024년 삼성SDS 데이터센터에 제품을 공급했고 지난해에는 LG유플러스 평촌2센터에서 실증을 진행했다. 미국 서버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와도 대전 기술연구소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구축해 AI 서버의 열관리 성능과 안정성을 평가하고 있다.
사업 범위도 데이터센터 구축 단계로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GS건설·SDT와 업무협약을 맺고 액침냉각형 데이터센터 설계와 냉각장비를 연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액체냉각(DLC)용 제품도 출시해 데이터센터용 액체냉각 제품군을 넓혔다.
에쓰오일은 올해 들어 실증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어니언소프트웨어·GST·웰메이드컴퓨터와 경기 기흥 AI 데이터센터 PoC 센터에서 통합 실증을 추진한 데 이어 6월에는 성균관대 슈퍼컴퓨팅센터에서 추가 실증에 나섰다. 지난 3일에는 KTNF·GST와 국산 서버, 냉각유, 액침냉각 장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검증하는 실증 계획도 발표했다.
SK엔무브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통합 솔루션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2년 미국 액침냉각 전문기업 GRC에 전략적 투자를 한 데 이어 지난해 LG전자·GRC와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경기 평택 LG전자 칠러사업장 내 테스트베드에서 LG전자의 냉각 설비, SK엔무브 냉각 플루이드, GRC 액침냉각 탱크를 결합한 통합 PoC를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도 'XTeer E-Cooling Fluid'의 적용 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클라우드에 제품을 공급해 내부 테스트를 진행한 데 이어 서울대 공과대학·데이터빈과 AI 연구실 GPU 서버를 대상으로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국세라믹기술원에도 냉각유를 공급해 고성능 AI 연산 장비에서 제품을 검증하고 있다.
정유사별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경쟁의 승부처는 실증을 실제 공급 계약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냉각 성능뿐 아니라 서버 부품과의 호환성, 장기간 운전 안정성, 유지보수 편의성과 전력 절감 효과까지 함께 따진다. 아직 국내 시장이 대규모 상용 공급보다는 실증과 초기 적용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앞으로는 실증 건수보다 유상 공급 규모와 상용 프로젝트 수주 여부가 업체별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은 단순히 냉각 성능만 확인해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냉각유가 서버 부품과 장기간 접촉했을 때의 호환성과 안정성까지 검증해야 한다"며 "품질 테스트와 인증, 장기 운전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실제 데이터센터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증 이력이 상용화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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