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최태원 "산업 성장과 경쟁력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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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산업 성장과 경쟁력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등록 2026.08.28 14:09

신지훈

  기자

AI 활용한 데이터 기반 규제 우선순위 도입 방안규제 실험장 도입해 현장 검증 강화기업 성장 가능성에 따른 맞춤 지원 필요성 강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5일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_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5일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_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 규모에 따라 지원과 규제를 달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의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규제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순히 규제를 폐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의 원인을 줄여 규제가 생길 이유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규제 완화의 효과와 부작용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규제 실험장'을 만들고, 축적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규제 개혁의 우선순위를 정하자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최태원 회장은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 협·단체 규제합리화 간담회'에서 규제 개혁의 방향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규제를 아무리 많이 없애도 미래에는 규제가 또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문제가 많다 보니 부의 재분배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규제가 탄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를 만들 이유를 제거하면 규제 합리화를 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규제를 사후적으로 없애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회적 갈등이나 시장의 부작용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구조를 바꾸려면 규제의 원인이 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규제를 실제로 시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규제를 풀면 효과가 있는지, 혹은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를 알기 위한 규제 형틀을 바꾸는 실험이 필요하다"며 "이 실험장을 2~3개 만들어 다른 각도로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이나 산업에서 규제를 먼저 완화한 뒤 실제 경제적 효과와 부작용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 여부를 판단하자는 구상이다.

여기에 AI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규제 개혁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데이터 축적을 위해 AI와 기술을 조금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과 산업의 상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시뮬레이션해 규제 합리화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개혁의 기준을 기업 규모에서 '성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현재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늘어나고 지원이나 인센티브는 줄어드는 구조이지만,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성장 가능성과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기업의 사이즈만으로 지원과 규제를 결정해온 경우가 많았다"며 "산업별로 접근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규제가 산업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최 회장은 지방 산업단지에서 지방자치단체 소유 토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업이 수십년간 설비 투자를 하지 못한 사례와 함께 같은 산업단지에서 떡 제조는 가능하지만 빵 제조는 제한되는 사례를 언급했다. 과거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합리적인 규제였더라도 산업 구조와 기술이 바뀐 이후에는 오히려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단체들도 규제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보탰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류 회장은 "구글과 엔비디아, 테슬라, 오픈AI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나왔다"며 "이는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는 규제환경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규제 시스템 기조 자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메가특구를 중심으로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 관련 규제에 대한 보완 요구도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기업의 경영상 의사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현장 우려를 전달했다.

손 회장은 "과도한 요구가 국가전략산업의 경쟁력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영상 의사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법률 차원에서 명확히 해달라"고 건의했다.

수출기업에 대한 규제 특례 확대 요구도 이어졌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수출기업이 국내 규제와 수입국 규제를 동시에 적용받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며 수출 전용 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규제를 면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도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기업은 정부의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도전하고 투자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기업은 이미 앞서가고 있는데 법과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거나 과거에는 필요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규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게 풀 수 있는 규제는 최대한 풀겠다"며 부처 간 협의나 규정 정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신속히 해소하고, 여러 부처가 얽힌 사안은 규제합리화위원회를 통해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 회장이 제시한 방식은 단순한 '규제 완화'와는 결이 다르다. 규제를 무조건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의 원인을 줄이고, 규제의 효과를 데이터로 검증한 뒤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따라 규제와 지원을 재설계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를 활용한 규제 시뮬레이션과 규제 실험장을 결합할 경우 규제 개혁을 정치적·사회적 논쟁에만 맡기지 않고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는 계속 성장해야 한다"며 "규제를 합리화하는 방향 중 하나로 성장을 타깃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경제계가 정부에 요구한 것은 규제의 숫자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산업과 기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 체계를 걷어내고,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의 '규제 실험장'과 AI 기반 시뮬레이션 제안이 향후 정부의 규제합리화 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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