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의선의 GV90, 2억원이 지닌 의미···제네시스 '가격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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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GV90, 2억원이 지닌 의미···제네시스 '가격표' 바꾼다

등록 2026.08.27 14:01

신지훈

  기자

고급 사양과 제한된 에디션으로 희소성 강화브랜드 프리미엄 실질적 검증 무대국산차 가격대 및 위상 재정립 신호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네시스 GV90 월드 프리미어' 현장에서 신차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권지용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네시스 GV90 월드 프리미어' 현장에서 신차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권지용 기자

제네시스의 첫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이 국산차 가격 상한선을 다시 쓰게 될 전망이다. 최상위 모델 가격이 2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지금까지 '합리적인 프리미엄'을 앞세워 성장한 제네시스가 이제는 '비싸도 사고 싶은 럭셔리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는지를 시험받게 됐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V90 일반 모델의 시작 가격은 1억원 중반대, 최상위 사양은 2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치 도어를 적용한 'GV90 네오룬'과 전 세계 222대 한정으로 선보이는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 등 고급 사양을 감안하면, 가격이 2억원 중반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존 제네시스 모델의 가격 구조를 적용하면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G80 Black 가솔린 3.5 터보 AWD의 예상 견적가는 9275만원이며 같은 3.5 터보 AWD를 탑재한 6인승 GV80은 1억211만원으로 10.1% 높다. GV80 쿠페 3.5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AWD의 예상 견적가는 1억1370만원으로 G80 Black보다 22.6% 비싸다.

G90에서도 비슷한 가격 차이가 나타난다.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를 적용한 G90 롱휠베이스의 예상 견적가가 1억8473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기존 모델 간 가격 차이인 10.1~22.6%를 적용할 경우 GV90 최상위 모델은 약 2억337만원에서 2억2646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차급과 파워트레인, 세부 사양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최상위 GV90이 2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제네시스가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GV90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권지용 기자제네시스가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GV90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권지용 기자

GV90의 2억원 가격이 주목받는 이유는 제네시스가 성장 과정에서 구축해온 브랜드 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2015년 11월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이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상품성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가격 부담을 낮추면서도 디자인과 성능, 편의사양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합리적인 가격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인식을 쌓아왔다.

하지만 브랜드가 성장한 지금은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단순히 가격 대비 상품성이 뛰어난 브랜드를 넘어 소비자가 가격 자체를 감수하고서라도 선택하고 싶어 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형 성장을 어느 정도 이뤄낸 제네시스인 만큼, GV90에는 브랜드의 질적 도약을 위한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GV90 공개 행사에서 "GV90을 통해 우리가 또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정 회장은 당시 GV90의 가치에 대해 "가격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고 타는 분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그분들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GV90을 단순한 대형 SUV가 아니라 제네시스의 브랜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플래그십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네시스 GV90. 사진=제네시스제네시스 GV90. 사진=제네시스

GV90의 상품 구성에서도 제네시스가 겨냥하는 시장의 눈높이가 드러난다. 차체 전장은 5285㎜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의 5205㎜보다 길다. 벤틀리 벤테이가 EWB의 5305㎜와도 불과 20㎜ 차이며 롤스로이스 컬리넌의 5340㎜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코치 도어와 최고급 실내 사양을 적용한 네오룬, 전 세계 222대 한정 퍼스트 에디션 등을 통해 단순히 큰 SUV를 넘어 의전과 쇼퍼드리븐 수요까지 겨냥한다. 대량 판매보다 희소성을 앞세워 브랜드의 상징성과 소장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GV90이 판매량 확대를 넘어 제네시스의 브랜드 가치 제고까지 노리는 모델이라는 의미다. 가장 비싼 플래그십을 통해 제네시스 전체의 가격대와 브랜드 인식을 끌어올리는 후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2억원부터 경쟁의 규칙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1억원대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전통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2억원에 가까워지는 순간 비교 대상이 마이바흐 GLS와 벤틀리 벤테이가 등 초럭셔리 모델로 바뀐다. '국산차인데 이 정도 상품성을 갖췄다'는 설명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현대자동차가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브랜드 플래그십 SUV 'GV90'을 공개했다. 사진은 코치도어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적용된 GV90 네오룬. 사진=권지용 기자현대자동차가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브랜드 플래그십 SUV 'GV90'을 공개했다. 사진은 코치도어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적용된 GV90 네오룬. 사진=권지용 기자

가격을 낮추면 접근성과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지만 플래그십의 희소성과 상징성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2억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하면 브랜드 역사와 헤리티지, 디자인 정체성, 서비스 경쟁력 등에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받아야 한다. 결국 2억원은 제네시스가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실제 소비자의 지불 의사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하는 가격대다.

결국 GV90의 2억원은 단순한 차량 가격이 아니다. 제네시스가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 가치에 얼마를 매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가격표'다. 2억원을 넘어선 가격에도 소비자가 GV90을 선택한다면 제네시스는 '합리적인 프리미엄'을 넘어 '비싸도 갖고 싶은 럭셔리 브랜드'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GV90의 가격은 단순히 한 모델의 판매가격을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제네시스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어느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가 될 것"이라며 "2억원이라는 가격표를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네시스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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