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구체적 투자 규모와 실행 방안 검토전력·인허가 등 인프라 개선 필요성 부각대미 투자 확대와 국내 산업 활성화 병행 모색

이재명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잇달아 만난다. 정부가 제시한 'AI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기업의 실제 투자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대미 투자 압박까지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번 회동에서는 단순한 협력 선언을 넘어 투자 규모와 집행 시점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LG그룹의 AI 데이터센터·배터리 등 그룹별 사업을 어떻게 묶어 국내 AI 생태계를 키울지가 핵심 의제로 꼽힌다. 동시에 미국의 메모리 생산 확대 요구에 대응하면서 국내 반도체 투자까지 유지해야 하는 만큼 대미 투자와 국내 투자 사이의 균형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서울 모처에서 최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데 이어 이번주 이 회장, 정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회동을 조율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의 만남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동이 모두 성사되면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 이후 약 한 달 만에 주요 그룹 총수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이번 연쇄 회동에서 주목되는 것은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실행 숫자'다. 정부가 AI 산업 육성이라는 큰 방향을 제시한 만큼 이제는 기업별 투자 규모와 집행 시점, 생산시설과 전력 등 인프라 확보 방안을 구체화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기업별 역할도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와 메모리,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LG그룹은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각 그룹의 투자를 개별 사업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AI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확대 여부도 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기의 메모리 전공정 팹을 건설하기로 한 상태지만, 최근 정치권에서는 추가 팹 건설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실제 증설 규모와 시점이 구체화될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AI 반도체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도 한층 커질 수 있다.
다만 추가 증설이 공식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AI 메모리 수요와 수익성뿐 아니라 전력·용수·인허가 등 인프라 여건까지 따져 투자 여부와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 결국 이번 회동에서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실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마련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대미 투자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메모리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반도체 분야의 투자 압박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투자를 확대할 경우 국내 생산시설 투자와 자금 배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는 생산시설뿐 아니라 전력과 소재·장비 등 생태계 전반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대미 투자 확대가 국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책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기업의 투자 부담을 줄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규모 국내외 투자를 집행하려면 인허가와 전력, 세제, 노동제도 등 여러 변수가 맞물리는 만큼 정부가 투자 목표만 제시해서는 실제 집행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번 회동의 성패는 누가, 얼마를, 언제 투자할 것인지까지 구체화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기업별 투자계획이 실제 숫자로 제시되고 대미 투자와 국내 투자를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면 이번 회동은 단순한 총수 면담을 넘어 민관 공동 투자전략을 짜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과 총수가 직접 만나 투자와 산업 현안을 조율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며 "다만 AI와 반도체 투자는 규모가 큰 만큼 정부가 투자 목표를 제시하는 것과 함께 전력·인프라·규제 등 기업이 실제 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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