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비사업 '500가구 이하 권한 이양'...중견사 틈새시장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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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500가구 이하 권한 이양'...중견사 틈새시장 확대 기대

등록 2026.08.25 15:55

박상훈

  기자

소규모 재건축 시장 절차 단축···중견·중소 건설사 주목공사비·금융비용 부담 여전...'사업성'이 수주·공급 변수

사진=강민석 기자사진=강민석 기자

정부·여당이 서울의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소규모 정비사업 공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구역 지정 등 사업 초기 절차가 단축될 경우 대형사와의 경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중견사들의 수주 경쟁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서울의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관련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이양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제도는 자치구청장이 정비계획을 입안한 뒤 서울시에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하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장이 구역을 지정·고시하는 방식이다. 권한이 이양되면 자치구에서 정비계획 수립부터 구역 지정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소규모 정비사업 시장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견사들은 그동안 대형사와의 경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서울 정비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구역 지정 등 사업 초기 절차가 빨라지면 사업지 발굴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현재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으면서 계획 가구수가 확인되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132곳, 16만555가구다. 이 가운데 500가구 이하 사업은 18곳, 6087가구로 전체 사업장의 13.6%, 계획 물량의 3.8%를 차지한다. 재개발이 13곳·4294가구, 재건축이 5곳·1793가구다.

다만 권한 이양이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500가구 이하 정비구역 지정권을 자치구로 넘기면 상급기관과의 협의·심의가 줄어 사업 초기 행정절차는 단축될 수 있다"면서도 "전체 사업기간에서 정비구역 지정 단계가 차지하는 비중만으로 공급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구별 행정역량 차이에 따라 사업 속도가 달라질 수 있고 이후 인허가·이주·착공 과정의 병목은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수주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송승현 대표는 "소규모 정비사업의 행정절차가 간소화되면 중견 건설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장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소규모 사업은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감당할 만큼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은 곳도 많다.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면 절차 간소화와 함께 사업성 확보와 금융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장이 늘어나면 중견·중소건설사에는 새로운 수주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주택 공급 활성화라는 목표를 고려하면 인허가 절차를 줄이는 것보다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등 실제 사업 추진을 막는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도 권한 이양이 곧바로 중견사 수주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사업 추진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자치구로 권한이 이양돼 인허가 속도가 빨라지고 수주할 수 있는 소규모 정비사업장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수주에 나설 것"이라며 "현재도 대형 건설사와의 경쟁을 피해 소규모 정비사업을 수주하면서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권한 이양의 실효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도시계획 권한은 광역적인 노력 아래 나타날 부작용을 입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구역 지정, 조합 설립, 심의 절차, 착공에 이르기까지 9개 단계 중 구역 지정 심의와 통합심의만 서울시가 담당한다. 서울시에서 절차를 구청장에게 이임하면 사업이 빨리 진행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비사업 관련 인허가 권한 9개 가운데 조합 설립과 사업시행, 관리처분 등 7개는 이미 자치구가 맡고 있다. 서울시가 담당하는 구역 지정 심의와 통합심의에 걸리는 기간은 약 4개월로, 전체 정비사업 기간 12년의 2.7% 수준이다. 서울시는 오히려 자치구 단계의 인허가 지연과 이주비 대출 규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이 사업 속도를 늦추는 주요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자치구별로 권한이 분산될 경우 도시계획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 대표는 "500가구 이하 사업을 개별적으로 신속하게 추진하는 방식은 도시계획 측면에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사업이 블록별로 쪼개지면 도로·공원·주차장 등 기반시설과 주변 정비사업의 연계가 어려워지고 도시의 연속성과 공간적 완결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빠른 지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생활권 단위의 종합계획 속에서 정비사업을 연계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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