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예상 깨고 인적분할 선택사업·투자 분리해 독립경영 강화금융계열사 금산분리 규제도 변수
카카오가 지주사 전환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했다. '한 지붕' 아래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대신 독립된 '두개의 집'으로 나누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지주사를 정점으로 다시 계열사를 묶기보다 카카오톡·AI 사업과 계열사 관리·투자 기능을 완전히 떼어내 각각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AI(신설법인)와 카카오X(존속법인)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고 21일 밝혔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로 결정됐다. 기존 주주는 분할비율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배정받는다.
카카오는 분할 후 양사를 AI 시대의 서로 다른 성장축을 맡는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시킨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에이전틱 AI 시대의 차별화된 이용자 경험과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AI 코어 컴퍼니(AI Core Company)'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대표에는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이사가 내정됐다. 디케이테크인, 케이앤웍스 등 운영자회사가 카카오AI 산하에 포함된다.
카카오X는 '미래가치 투자회사'로서 테크핀(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콘텐츠(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 모빌리티(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존 핵심 사업군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고 동시에 신규 사업 발굴 및 혁신기업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간다. 대표에는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카카오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이 내정됐다.
카카오X는 기술과 생활의 접점에서 아직 충분히 바뀌지 않은 시장을 찾아 카카오다운 방식으로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기존 성공 사례를 잇는 성장 사업을 키워낼 계획이다. 가상자산, 피지컬 AI, 글로벌 팬덤 등이 주요 검토 영역이다.
앞서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카카오의 구조개편안에 지주사 체제 전환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카카오는 지난 2년여 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계열사를 대폭 줄이는 등 재편을 꾀해왔던 만큼 '카카오'를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 구조를 더욱 단단히 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 같은 관념을 깨고 회사를 둘로 쪼갰다. 일반적으로 지주사 전환은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 간 지분관계를 단순화하고 지배력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카카오의 사정은 달랐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 아래 계열사로 내려가는 비교적 단순한 수직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오히려 카카오의 현재 구조상으로는 경영 속도감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기존 구조가 오히려 지주회사 구조에 가까웠다"며 "카카오가 정점에 있고 모든 회사가 그 밑에 있는 단순한 구조였는데, 그러다 보니 카카오가 너무 많은 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하나의 카카오가 사업과 계열사 관리를 동시에 맡던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를 독립된 두 축으로 분리한 셈이다.
카카오 역시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카카오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CA협의체도 없애기로 했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카카오X를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주제별로 논의할 수는 있으나 기존 CA협의체 같은 공동 조직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분할 전 카카오는 카카오톡 비즈를 기반으로 커머스·광고를 하는 사업회사와 자회사를 관리하는 역할이 동시에 있었기 때문에 독립된 자회사 운영과 관련한 CA협의체가 있었던 것"이라며 "인적분할이 되고 나면 양사의 사업목적이 다른 만큼 독립적인 경영을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톡 플랫폼이랑 자회사 간 유기적 협업은 과거와 동일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로 꼽힌다. 현행 금산분리 원칙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보험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 이에 카카오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금융 계열사 지분을 둘러싼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카카오는 이번 분할에서 금융 계열사들을 카카오X에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 등의 지분을 보유하되 법적 지주회사가 아닌 '미래가치 투자회사'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김 내정자는 "올 초부터 이사회에서 여러 차례 공식·비공식 논의를 거쳐 현재의 결론에 도달했다"며 "카카오의 미래 성장 전략과 AI 시대에 적합한 사업 구조를 다양한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한 끝에 현재의 구조가 장기적인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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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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