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집단대출·중저신용 과감히" 지침에 은행권 완화 속도추가 한도 집단대출·청년 쏠림···일반 주담대 문턱 여전히 높아일반 실수요자 체감 "9월 이후나"···섣부른 완화 경계 '계속'
올해 가계대출 공급 여력이 30조원 확대되면서 굳게 닫혔던 은행권 대출창구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2배로 확대하자 시중은행들도 하반기 여신 운용 계획을 재점검하며 대출 영업 재개 채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당장 빗장을 풀 계획이 없다고 밝혀 대출 완화에 대한 체감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상향한 '8·13 가계대출 대책'의 후속작업으로 은행별 추가 한도 배분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이 전날(19일) 14개 은행 여신 담당자들과 실무회의를 열어 금융사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 조정 방안을 논의한 가운데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주 내에 은행별 한도가 확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국 속도전에 일부 현장 반응···신한·농협 대출 빗장 풀어
은행권 대출 현장도 슬슬 영업재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묶여있던 잔금대출 한도가 풀리고 집단대출 금리 경쟁이 벌어지는 등 빗장이 열리는 모습이다.
특히 전날 실무회의에서 "주택 공급과 중저신용자, 청년 등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은 총량 부담 없이 과감히 풀어줄 테니 적극 취급하라"는 강력한 지침을 전달하면서 불과 하루 만에 은행권의 행보도 한층 과감해졌다.
실제로 이날부터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에 배정했던 1000억원 규모의 잔금대출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탄력적으로 대출 신청을 받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단지별 별도 한도를 두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디에이치방배 잔금대출 금리를 0.1%p 인하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저신용자를 향한 대출 문턱도 낮아졌다. 신한은행은 오는 21일 시기적절하게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슈퍼SOL중금리대출'을 출시한다. 연 5.5%~6.9% 수준의 고정금리에 연말까지 최대 연 1.4%p의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하며 서민 자금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의 선제적 완화 움직임 속에서 시장에서는 금융권 전반으로 자체규제 풀기 움직임이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에 관심이 쏠린다. 선제적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인당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이나 축소하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만큼, 해당 한도 완화 여부가 전체 금융권 자체 규제 해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은 모기지보험 신규 가입을 제한해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 한도를 축소한 상태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주담대 지점당 한도를 10억원으로 제한하고, 하나은행·IBK기업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신규취급을 중단했다.
"당장 풀 계획 없다" 일단 경계···'주담대 오픈런' 지속
하지만 기대와 달리 대다수 현장에서는 "당장 풀 계획은 없다"며 본격적인 규제 완화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섣불리 한도를 풀어 수요가 쏠렸다가 목표 달성이 아슬아슬해지면 대출을 다시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랬다저랬다 할 수 없는 만큼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두 달 반 만에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상품 취급을 재개한 NH농협은행마저 대출 규제 전면 완화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가 당국의 대책에 따라 대출 문턱을 대폭 낮춘 개념이라기보다는 사전에 관리해오던 계획에 따른 정상화라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당국 목표치보다 대출이 초과돼 한시적으로 막아뒀던 주담대를 실수요자 주거안정을 위해 원래 계획된 일정에 맞춰 다시 오픈한 것일 뿐"이라며 "이번 8·13 대책 영향으로 새로 대출을 확대하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공격적인 대출 공급 메시지를 전달하면 곧장 대출 '오픈런'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초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체적인 총량관리 수준이 두 배 정도 된다는 정부 정책 기조가 알려지면 금융권의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며 "오픈런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고 새벽부터 불편을 겪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실수요자들의 주담대 오픈런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도 카카오뱅크는 오전 6시 주담대 접수를 시작했지만 일일 한도가 빠르게 소진돼 조기에 마감된 상태다.
세부 가이드라인 부재에 "실질 효과 9월 이후나"···온도차 여전
연일 메시지를 내놓는 금융당국의 속도전과 달리, 실제 대출 현장에서는 규제 완화 조치가 체감되기까지 빨라야 9월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이번주 내에 은행별 한도가 확정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가이드라인만 던진 상황에서 1·2금융권별 파이를 나눈 뒤 은행별 협의를 통해 최종 배분 목표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빨라야 8월 말이나 9월은 돼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9월 이후에도 실질적인 완화 조치는 시장 추이를 보며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전날 당국과의 실무회의 이후에도 어떤 항목이 총량에서 제외되는지, 개별 추가 한도가 얼마인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라며 "명확한 세부 지침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실수요자가 체감할 만큼 대출 창구를 적극적으로 여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추후 은행권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대출 규제 완화가 시작되더라도 일반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온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이 확대한 30조원의 대출 여력이 주로 재건축·재개발 집단대출이나 청년·중저신용자 지원에 집중되어 있어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늘어난 대출여력이 일반 주담대로의 확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총량 규제 상향 취지가 주택 공급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이주비와 중도금·잔금대출 공급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오픈런에 뛰어든 고객들은 사실상 일반 대출 수요자가 대부분인데, 추가 공급 여력은 대부분 집단대출 수요자를 위한 것이어서 괴리감이 있다"며 "집단대출·청년층 수요자를 제외하고는 당장 공급 확대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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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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