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주춤해도 수익성 개선 흐름건설 불황에 유지보수로 수익 방어충주서 미래 성장동력 발굴 '잰걸음'
현대엘리베이터가 충주로 본사를 이전한 지 4년여가 지났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020년 충북도 명예도지사로 처음 위촉된 이후 최근 연임하며 충북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엘리베이터가 충주를 기반으로 구축해온 성장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2년 충주 이전 당시 2030년 매출 5조원, 해외사업 비중 50%, 글로벌 톱5를 목표로 하는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외형 확장보다는 수익성 방어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현재 매출 규모는 2조원대에 머물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숫자로 보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현주소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3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49억원으로 20.3%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8.4%에서 10.1%로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 성장세는 주춤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매출은 2024년 2조8853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2조4674억원으로 감소했다. 충주 이전 당시인 2022년 기준 매출액이 1조9734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전발표 이후 외형은 커졌지만, 회사가 제시했던 2030년 매출 5조원 목표와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
상반기 실적을 단순 연환산하면 올해 매출은 2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현재보다 매출을 약 2배 가까이 키워야 하는 셈이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으로 보면 2023년 826억원에서 2024년 225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209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3년 3.2%에서 2024년 7.8%, 2025년 8.5%로 상승했다.
사업별로 보면 신규 설치 시장의 부진 속에서 설치·보수 등 서비스 사업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물품취급장비 제조업 매출은 5896억원으로 전년 동기 6896억원보다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460억원에서 163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설치 및 보수서비스업 매출은 3225억원에서 3476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443억원에서 623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전체 수주잔고는 올해 6월 말 기준 2조394억원이다. 이 가운데 물품취급장비 부문이 1조3266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건설업 부문은 4176억원, 물류사업 부문은 2935억원이다. 외형 확대를 뒷받침할 수주 기반은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충주 시대' 현대엘리베이터, 외형보다 수익성
현대엘리베이터의 외형 성장이 주춤한 배경에는 국내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신규 승강기 시장 위축이 있다. 승강기 제조업은 아파트와 오피스 등 건축물에 신규 제품을 공급하는 사업인 만큼 주택 착공과 분양시장 등 건설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내 승강기 설치실적 및 유지관리 대수 기준 시장점유율은 2023년 38.9%에서 2024년 37.4%, 지난해 32.6%로 낮아졌다. 신규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저가 수주 경쟁 등이 겹치면서 제조 부문의 외형 확대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기존에 설치한 승강기를 관리하는 유지관리 사업은 상대적으로 경기 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내 유지관리 승강기는 2024년 10월 20만대를 넘어섰다. 당시 국내 운행 중인 승강기가 약 86만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승강기 약 4대 중 1대를 관리한 셈이다.
승강기는 신규 설치 시장이 위축되더라도 이미 확보한 설치 기반에서 정기점검과 수리, 부품 교체 등의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같은 사업 기반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유지관리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충주 이전 직후인 2023년 인공지능(AI) 기반 유지관리 서비스 '미리(MIRI)'를 출시했다. 승강기의 운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부품 교체 시기 등을 예측하는 서비스다. 작년 말 적용 승강기는 6만대를 넘겼다. 회사에 따르면 미리는 일반 계약보다 단가가 높은 고품질 서비스로, 유지관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과 승강기를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로봇이 건물 내에서 층을 이동할 때 승강기를 호출하고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기존 엘리베이터의 역할을 사람의 이동에서 건물 내 물류·배송 인프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현재 병원·호텔·아파트·빌딩 등에서 실제 운용 중인 연동 로봇은 60여대 수준이다.
충주를 중심으로 한 사업 기반은 이전보다 한층 구체화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2년 충주 스마트캠퍼스에 본사와 연구개발센터, 스마트팩토리 등을 구축했고 지난해에는 250m 높이의 현대 아산타워를 준공했다. 아산타워 준공으로 기존 경기도 이천 테스트타워를 활용하던 R&D 시설까지 충주로 완전히 이전하면서 생산과 연구개발을 한 곳에 모았다.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토교통부와 수직이착륙 비행체 관련 도심항공교통(UAM) 버티포트인 'H포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승강기 설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모듈 공법인 '이노블록' 등도 개발했다. 다만 이들 사업은 상용화 초기나 실증 단계인 만큼 당장 실적을 견인할 성장 동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충주 이전 4년의 성과는 외형 확대보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과 수익성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와 연구개발 시설을 집결하고 유지관리 사업에는 AI 기술을 접목했으며 로봇·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기술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관건은 이 같은 기반이 실제 실적 성장세로 연결될 수 있느냐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충주 이전 당시 제시한 미래비전은 현재 공식적으로 수정하지 않았지만, 회사의 경영 방향은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 방어에 맞춰져 있다는 모습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당시 글로벌 경기 환경이 긍정적인 상황에서 해외 확장을 전제로 5조원 목표를 세웠지만 이후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 여건이 어려워졌다"며 "현재는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수익을 지키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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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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