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비용 충당부채 누락·과소계상 놓고 금융당국과 정면충돌"정화명령 무시·오염 방치" vs "회계 판단 영역"···환경경영 진정성 논란
영풍이 석포제련소 토양·지하수 정화비용 회계처리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고의 회계부정' 판단에 불복해 법정 다툼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토양 정화 의무와 환경 제재에 따른 비용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반면, 영풍은 회계처리는 기업의 판단 영역이라며 맞서고 있다. 친환경 경영을 강조해 온 영풍이 정작 환경 책임과 관련한 회계 인식은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 책임 회피' 논란도 커지는 모습이다.
1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양상윤 부장판사)는 지난 30일 영풍과 전·현직 임원들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앞서 증선위는 영풍이 2021~2024년 석포제련소 토양·지하수 정화비용에 대한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거나 과소 계상하는 등 모두 5건의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환경 제재에 따른 조업정지 영향을 유형자산 손상차손에 적절히 반영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증선위는 전 대표이사와 전·현직 임원에 대한 해임·면직 권고, 시정요구, 3년간 감사인 지정 등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특히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조치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가장 높은 수준인 '고의'로 인정될 때 내려지는 제재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5일 회계 관련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영풍은 과징금 부과에 앞선 지난 6일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감리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제재 효력을 멈춰달라는 취지다.
이날 심문에서는 제재가 먼저 집행될 경우 회사와 임원들이 입게 될 손해와, 반대로 집행을 정지할 경우 투자자 보호와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 측은 시정요구가 집행되면 한 달 안에 재무제표를 수정·공시해야 하는 만큼 본안 판결 전에 금융당국 판단을 사실상 수용하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회사 신용과 대외 평판은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년간 감사인 지정과 임원 제재 역시 돌이킬 수 없는 손해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증선위는 영풍이 주장하는 손해는 집행정지를 인정할 정도의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아니라고 맞섰다. 회사 신용이나 이미지 훼손은 본안에서 승소하면 회복 가능한 사실상 불이익에 불과하고, 임원 개인의 손해도 금전적으로 보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지정감사인 역시 독립성이 보장되는 만큼 영풍 측 우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제재 효력이 정지되면 투자자들이 잘못된 재무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안 사건을 둘러싼 양측 입장도 첨예하게 맞섰다.
영풍 측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장부를 조작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며 회계처리는 기업별 상황과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증선위는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 정화 의무가 이미 확정됐음에도 충당부채를 적절히 반영하지 않았고, 관련 공문을 외부감사인에게 전달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거나 누락한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문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증선위 측 대리인은 "이 사건 제재의 출발점은 석포제련소의 반복적인 환경오염 문제"라며 "영풍은 회계 정보를 외부감사인에게 제공하지 않고 은폐·조작·누락했으며, 정화비용 발생이 명백한데도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의 신용이 떨어지는 것은 정화명령을 무시한 채 오염을 방치해 온 결과"라며 "집행정지가 인용될 경우 대규모 정화 비용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선위 측은 심문 과정에서 검찰 고발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의 '고의 회계위반' 판단이 향후 형사절차에 미칠 영향을 영풍 측이 집행정지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당시 검찰 고발을 포함한 조치안을 증선위에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 제재 이후에는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환경·시민·종교단체 60여 곳이 참여한 '영풍제련소주변환경오염 및 주민건강공동대책위원회'도 금융위원회 등에 영풍에 대한 검찰 고발을 요구했다.
이번 법정 공방을 계기로 영풍의 친환경 경영 메시지와 실제 환경 책임 인식 사이의 괴리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영풍은 지난 5월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 5주년을 맞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친환경 경영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질·대기·토양 등 환경 분야에 약 5400억원을 투자했다며 환경안전 체계 혁신도 강조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MBK파트너스와 미국 테네시주에서 열린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지원 리셉션에서 장세환 영풍이앤이 부회장이 석포제련소를 '세계적 친환경 제련소'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경영을 대외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정작 환경 책임과 관련한 회계처리와 제재에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 시장에 상반된 메시지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의 적법성은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고 기업의 방어권 역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법적 다툼과 별개로 친환경 이미지를 적극 홍보하면서 환경 책임은 부인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시장과 투자자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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