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답하는 AI' 넘어 '해결하는 AI'···구광모의 엑사원, 산업 난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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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하는 AI' 넘어 '해결하는 AI'···구광모의 엑사원, 산업 난제 푼다

등록 2026.09.15 14:39

신지훈

  기자

품질 검사부터 신약 개발까지 AI 활용 확대디지털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로봇 및 자율형 공장으로 AI 영향력 강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LG의 인공지능(AI) '엑사원'이 42만개의 후보 물질을 분석해 하루 만에 탈모 완화 물질 '람시딜'을 찾아냈다. 통상 화장품 소재 개발에 평균 22개월(660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엑사원의 산업적 활용 능력은 타의 추종이 불허해 보인다. LG는 제조·화학·금융 분야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엑사원에 결합해 소재 개발과 생산·품질 관리, 금융 분석 등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온 엑사원이 이제 산업 현장의 난제를 푸는 AI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LG AI연구원은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AI 토크 콘서트 2026'을 열고 과학·제조·금융 분야에 적용한 엑사원의 사례를 공개했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12월 출범한 이후 산업 현장의 난제를 AI로 해결하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해왔다.

과학 분야에서는 '엑사원 디스커버리'가 대표적이다. 물질의 특성과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물질을 설계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AI다. LG생활건강과 협업해 42만개의 후보 물질을 분석했고, 하루 만에 탈모 완화 물질 '람시딜'을 찾아냈다. 수십만개의 후보를 사람이 일일이 검토하는 대신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유력 후보를 좁힌 것이다.

LG는 AI가 연구자의 분석을 돕는 수준을 넘어 실험 과정까지 맡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 'AI 자율 실험실'을 가동할 계획이다. AI가 합성 결과를 예측해 먼저 만들 물질을 고르고, 로봇이 실험한 결과를 다시 학습해 다음 실험 조건을 정하는 방식이다.

제조 현장에서도 엑사원의 활용이 늘고 있다. LG이노텍 생산 공정에 적용한 '엑사원 태뷸러'는 적은 양의 데이터만으로 달라진 공정 조건을 반영해 결과를 예측한다. 기존 방식은 모델을 다시 학습하는 데 최소 14일과 300시간 이상의 생산 공정 데이터가 필요했지만, 엑사원 태뷸러는 최대 50시간 안에 바뀐 조건을 반영할 수 있다. 공정 변화에 대응하는 시간이 약 85% 줄었다.

품질 검사에는 '엑사원 옴니 인스펙트'가 적용된다. 공정이나 제품 외관이 달라져도 별도의 재학습 없이 품질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데이터 샘플링과 라벨링, 모델 학습까지 AI가 수행하는 비전 검사 에이전트도 개발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엑사원 BI'가 한국과 미국 상장사 약 8000곳을 매일 분석한다. 향후 4주간 주가 흐름에 대한 전망과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올해 초 정식 출시한 뒤 런던증권거래소그룹과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스콤과 협력해 주식뿐 아니라 채권·원자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이 지금까지 AI를 활용해 해결한 산업 현장의 난제는 100건이 넘는다. 배터리 수명·용량 예측, 불량 제품 선별, 생산·자재 관리 최적화,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등이 대표적이다. AI 연구 성과도 쌓였다. 글로벌 주요 AI 학회에 논문 368편이 채택됐고 국내외 특허 1080건을 출원했다.

LG가 엑사원에 집중하는 이유는 범용 AI와의 성능 경쟁만으로 승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LG가 제조·화학·금융 사업을 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AI에 결합하면 다른 AI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산업별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AI 자체를 새로운 사업으로 키우는 동시에 기존 사업의 생산성과 연구개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구 회장은 AI를 LG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로 강조해왔다. 그는 "기술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AI로도 발전시키고 있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개발해 AI가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한 뒤 로봇을 움직이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개별 로봇의 자동화를 넘어 공장 전체가 하나의 지능처럼 움직이는 자율형 공장이 최종 목표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AI 경쟁은 모델 성능을 넘어 누가 AI로 더 큰 현실 변화를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며 "오랫동안 산업 현장에서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것이 LG AI연구원의 미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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