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5000억 추가 매입 예고KAI 영향권 확대 땐 방산업계 촉각협력업체 종속·시장 경쟁 약화 우려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가 K방산 판도를 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한화는 항공엔진과 레이더, 우주 사업에 이어 완제기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며 방산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대형화가 경쟁력으로 평가받지만, 국내에서는 특정 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기존 11.21%에서 12.44%로 높아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장내에서 KAI 주식 119만6377주를 추가 매입한 결과다. 투입 자금은 약 1866억원이다.
현재 한화 계열사별 KAI 지분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1.5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USA 코퍼레이션 1.01%다.
한화시스템도 올해 하반기 5000억원 한도 내에서 KAI 지분 추가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KAI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지분 확대만으로 경영권 변화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단순한 투자보다 방산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과 지상무기 분야에서,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전자전·위성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여기에 KAI의 완제기 제작 역량까지 연결될 경우 엔진, 항전 장비, 무장, 항공 플랫폼을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방산 시장도 개별 무기 판매 경쟁에서 플랫폼 중심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투기나 전차 같은 장비 자체뿐 아니라 정비(MRO), 훈련, 운영 지원까지 묶은 패키지 역량이 수주 경쟁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가 KAI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려는 배경에도 이 같은 시장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단품 공급을 넘어 체계 통합 능력을 갖춘 기업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화의 움직임을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방산 대형화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는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장갑차, 항공엔진, 레이더, 위성 사업 등으로 방산 영역을 넓혀왔다. KAI와의 협력 관계가 강화될 경우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규모 방산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록히드마틴, 프랑스의 탈레스 등 대형 방산 기업들이 체계 통합 역량을 앞세워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특정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KAI는 FA-50 경공격기와 KF-21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국내 대표 항공 플랫폼 기업이다. 한화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항공 전장품과 유도무기, 부품 업체 등 기존 협력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한화의 지분 확대만으로 KAI가 한화 중심으로 재편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판단과 정부 정책, 향후 사업 협력 방식 등이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K방산은 최근 폴란드 등 해외 시장에서 잇따라 수출 성과를 내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방산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대표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특정 기업 중심의 구조가 강화될 경우 협력업체 참여 기회와 경쟁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핵심은 대형화 자체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 국내 방산 시장의 새로운 집중 구조를 만드는 계기가 될지는 향후 지배구조 변화와 사업 협력 방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발주에 의존하는 국내 방산 시장에서 공급자까지 특정 대기업 중심으로 쏠리면 경쟁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KAI 지배구조 재편은 한 기업의 성장 전략이 아니라 국내 방산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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