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애플페이 다음은 스테이블코인···정태영 '혁신 DNA' 시험대

금융 카드

애플페이 다음은 스테이블코인···정태영 '혁신 DNA' 시험대

등록 2026.07.10 11:59

이진실

  기자

정태영 부회장, PLCC·애플페이에 이어 신사업 개척중계은행 축소 및 실시간 정산 실현카드업계, 데이터 기반 수익 모델 확대 모색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현대카드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법인 간 송금 기술검증(PoC)을 완료하며 카드업계의 차세대 결제 인프라 경쟁에 불을 지폈다.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와 애플페이 성공에 이어 스테이블코인까지 선제적 실험에 나서면서 정태영 부회장의 '기술 중심 혁신' 전략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현대자동차 미국과 멕시코 법인 간 청구 대금을 송금하는 기술검증을 마쳤다. 현재는 유럽 법인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례는 단순 테스트를 넘어 실제 기업 간 정산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카드업계 최초라는 평가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디지털 자산으로 블록체인 기반 전송을 통해 기존 국제 송금 시스템 대비 중계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산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현대카드는 이번 기술 검증에서 국제 송금 및 검증 등 전 과정에 평균 7분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는 전통적인 은행 간 송금 방식이 통상 3~4시간 이상 걸리는 것과 비교해 압도적인 속도 개선을 입증한 것으로 비용 절감은 물론 글로벌 자금 운용 효율성과 자금 회전율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번 PoC를 통해 해외 법인 간 송금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향후 현대자동차와 함께 글로벌 법인 간 정산과 자금 이체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실험은 카드사가 기존 '결제' 역할을 넘어 '정산 인프라'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달금리 상승, 연체율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와 유동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런 행보의 배경에는 정태영 부회장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정 부회장은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신용카드 사업 구조 변화를 이끌며 기술 중심 전략을 추진해온 인물로 평가된다.

정 부회장은 2015년 국내 최초 PLCC 상품인 '이마트 e카드'를 선보인 이후 대한항공, 코스트코, 네이버 등과의 협업을 확대하며 사실상 PLCC 시장을 개척했다. 이어 2023년에는 애플페이를 국내 카드사 가운데 처음 도입해 수수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이용자를 중심으로 신규 회원을 대거 확보했고 2024년에는 자체 AI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일본에 수출하며 기술 중심 전략을 지속해왔다.

최근에는 개인 SNS를 통해 "오픈USD(OUSD)는 스테이블코인에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관련 시장에 대한 강한 확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카드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협력체 '오픈 스탠다드(Open Standard)'에 참여한 점 역시 단순 실험을 넘어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해당 컨소시엄은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참여사와 공유하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스테이블코인이 혁신성과 함께 준비자산의 안정성, 발행 주체의 신용도, 규제와 감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리스크를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각국의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가 상이한 데다 외환 및 자본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경쟁 카드사들도 각자 전략을 모색하며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한카드는 웹3.0 기반 월렛을 활용한 결제·교환·가맹점 정산 구조에 대한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블록체인 기반 신규 금융상품 모델링 검증을 마친 상태다.

KB국민카드는 향후 마련될 관련 법·제도 및 감독 방향을 충분히 반영해 디지털자산 기반 결제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비해 삼성금융 통합앱 '모니모'를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결제 지원 등 유통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며 이를 위해 두나무와 협업할 계획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PLCC, 데이터·AI 등 금융 테크를 선도해온 만큼 스테이블코인 부문도 선제적으로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