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호암 결단'에서 '이재용 100조'까지···삼성 반도체 52년, 글로벌 패권 이끈 3번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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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 결단'에서 '이재용 100조'까지···삼성 반도체 52년, 글로벌 패권 이끈 3번의 선택

등록 2026.07.09 05:20

강준혁

  기자

호암의 도전이 연 반도체 길이건희의 초격차가 만든 경쟁력이재용의 AI 승부가 향하는 다음 50년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 반도체 52년만의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인 성적표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직접적인 배경이지만 반세기 전 불모지였던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한 번의 결단과 이후 이어진 두 번의 전략적 선택이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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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주요 배경

삼성 반도체 52년 역사는 세 번의 전략적 결단으로 요약된다

배경은

1974년 이병철 창업회장이 한국반도체 인수로 반도체 사업에 진출

1983년 '도쿄 선언'으로 D램 사업 집중, 64K D램 개발 성공

1988년 D램 사업에서 3200억원 흑자 기록

혁신의 흐름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혁신 경영 선언으로 품질·기술 경쟁력 강화

1992년 64M D램, 1994년 256M D램, 1996년 1Gb D램 개발로 일본 추월

외환위기에도 생산라인 확대, 2000년대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

숫자 읽기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기록

임직원 성과급분 제외 시 1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

업계에서는 삼성의 성과를 장기 투자와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평가

향후 전망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 AI 반도체 주도권 확보가 최대 과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2030년까지 171조원 투자 계획

AI 반도체 경쟁 심화, 기술 경쟁력 회복과 조직 쇄신 필요

AI 메모리 시장 확대와 대규모 투자, 기술 축적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작용

1974년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의 반도체 도전, 이건희 회장의 초격차 전략, 이재용 회장의 AI 반도체 승부수까지 3번의 선택이 이어지며 삼성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삼성 반도체의 성공을 단순한 시장 흐름의 결과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고 경쟁의 방향을 바꿔온 '삼성 오너'의 장기 경영 판단의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도쿄·프랑크푸르트 선언부터 이재용 '생즉사' 領까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성 반도체의 출발은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였다.

당시 한국반도체는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이었다. 미국과 일본 기업이 장악한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내부에서도 막대한 투자 부담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희 당시 동양방송(TBC) 이사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사업 진출 필요성을 설득했다. 결국 이병철 창업회장은 위험을 감수한 투자를 선택했다.

결정적 순간은 1983년 찾아왔다.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이병철 회장은 "누가 뭐라 해도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해야겠다"고 선언했다. 삼성 반도체 역사의 전환점이 된 '도쿄 선언'이다.

당시 삼성의 도전에 대한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고, 일본에서는 삼성의 반도체 진출을 부정적으로 분석하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D램 사업에 집중했고, 같은 해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경기도 기흥 반도체 단지를 중심으로 생산 기반을 확대했고,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은 D램 사업에서 32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투자의 결실을 증명했다.

삼성 반도체의 두 번째 도약은 이건희 회장이 이끌었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언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혁신 경영은 반도체 사업의 방향도 바꿨다.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체질 개선이 시작됐다.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에 성공하며 일본 반도체 기업을 앞질렀다. 이어 256M D램(1994년), 1Gb D램(1996년)을 잇달아 선보이며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 때 삼성은 오히려 생산라인 확대에 나섰다. 경기 침체 이후 찾아올 시장 회복을 내다본 선제적 투자였다.

이 선택은 삼성 반도체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끌어올렸다. 2000년대 들어서는 낸드플래시 시장까지 공략하며 D램과 낸드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 메모리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5년 세계 최초 50나노 기반 16기가 낸드 개발은 삼성의 기술 경쟁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삼성맨' 이재용의 눈은 글로벌 정상으로

'영업이익 100조'

삼성전자는 애플·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곳에 가장 먼저 도달한 기업이 됐다. 약 20조원의 임직원 성과급분을 제외하면, 110조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이재용 회장 시대 삼성 반도체의 최대 과제는 AI 시대 주도권 확보였다.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메모리를 넘어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까지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등에 17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은 삼성 반도체의 미래 영역을 넓히기 위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AI 반도체 경쟁은 예상보다 치열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고,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 부진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내부에서는 기술 경쟁력 회복과 조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재용 회장은 이 과정에서 선대 회장들의 도전 정신을 다시 강조하며 기술 중심 경영과 미래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이후 삼성은 AI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며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바라보게 된 배경에도 AI 메모리 시장 확대와 함께 그동안 이어온 대규모 투자와 기술 축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반도체 52년 역사는 세 번의 선택으로 요약된다.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진출' 결정은 산업의 씨앗을 뿌렸고, 이건희 회장의 '초격차' 전략은 세계 정상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재용 회장의 AI 반도체 승부수는 삼성의 다음 50년을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의 경쟁력은 시장이 좋을 때 따라간 결과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먼저 투자해 온 선택들이 쌓인 결과"라며 "앞으로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삼성의 다음 도약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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