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100%'와 '정상가동'의 간극···삼성바이오 노사, 노조법 해석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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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와 '정상가동'의 간극···삼성바이오 노사, 노조법 해석 공방

등록 2026.05.12 07:08

수정 2026.05.12 07:37

현정인

  기자

노조법 제38조 2항 두고 대립···업무방해 혐의로 일부 고소변질 및 부패 방지 목적 작업은 쟁위행위에도 정상 수행할 것특정 공정 중단, 생산에 영향 vs 평상시 생산 효율 유지 아냐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위원장이 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캠퍼스 1게이트 1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위원장이 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캠퍼스 1게이트 1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총파업으로 얼굴을 붉힌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이번엔 '불법 파업'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에 돌입했다. 노조법상 필수 유지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는 게 핵심 쟁점인데, 생산 안정성을 중시하는 바이오 공정 특성까지 맞물리며 갈등이 장기화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총파업 이후 노조법 제38조 2항에 대한 해석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필수 유지업무 인력이 파업 과정에서 출근하지 않았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 지부장을 비롯한 총 6명의 노조 관계자들을 형사 고소했다. 반면 노조는 필수 유지업무 자체는 수행했다며 맞서고 있다.

노조 측은 고소 대상자 중 일부가 법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에서 인용된 공정 관련 인력인 것으로 확인되지만, 해당 결정은 공정 중단을 금지하는 취지일 뿐 파업 참여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법 38조 2항에선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노사는 이 조항에서 말하는 '정상적 수행'의 범위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사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업계에선 필수 유지업무 인력 일부가 파업을 이유로 업무에 임하지 않은 게 '불씨'가 됐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앞서 법원이 총 9개 공정 중 변질·부패 방지를 위한 마무리 3개 공정에 대해 쟁의행위를 제한했으니, 사측도 이 공정의 동향을 예의주시하지 않았겠냐는 인식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 배양과 정제, 무균 충전 등 연속 공정 기반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배치(batch) 단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공정이 중단될 경우 제품 폐기나 재배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 공정은 재가동 과정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무균 상태 유지가 중요한 바이오 공정 특성상 단순 생산 지연을 넘어 품질 관리와 규제 대응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생산시설의 공정 안정성과 생산 연속성이 고객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회사 측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노조는 회사 측이 노조법 해석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노조법 38조 2항은 시설 손상과 제품 변질 방지를 위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생산 효율이나 100% 작업 상태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필수 유지업무 수행 방식과 인력 편성 권한은 노조에 있다"며 "사측이 특정 인원의 미출근을 문제 삼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인원만을 특정해 고소한 것 역시 심리적 위축 효과를 노린 대응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공정에서 실제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노조 측은 "내부 지침에 따라 필수 유지업무 인력을 편성해 운영했다"며 "실제 공정 중단이나 제품 폐기 역시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내부 시스템으로도 관련 공정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확인 가능하다"며 "사측은 평상시 수준의 인력 운영을 기준으로 불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사측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쟁송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외부에 불안정한 상황을 더욱 부각해 고객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이 대목을 놓고 법정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일부 직원의 부재가 해당 공정에 손실을 불러왔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통상 업무방해죄 관련 재판에선 ▲보호 대상 업무의 존재 ▲위계 또는 위력, 고의성 유무 ▲실제 업무방해 결과 또는 위험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따라서 법원도 손실이 발생했다면 사측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노조 측 논리를 수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파업 과정에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한 바 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업무방해 혐의 형사 고소까지 이어가며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인 모양새다. 반도체 또한 연속 공정 특성이 강하지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은 제품 변질 및 품질 등이 환자 안전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 안정성에 더욱 민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공정은 생산 연속성과 무균 상태 유지에 민감하다"며 "공정이 중단되거나 흔들릴 경우 재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장에선 안정적 운영의 중요도가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탁개발생산(CDMO)은 고객사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게 중요한 구조"라며 "업계에서는 인력 운영 및 공정 문제 등이 발생하면 납기 지연이나 고객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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