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현송 한은 총재 시대 개막···'전략적 인내'로 3중 복합 위기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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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은 총재 시대 개막···'전략적 인내'로 3중 복합 위기 정면 돌파

등록 2026.04.21 13:16

문성주

  기자

중동발 불확실성에 '신중·유연' 대응···통화정책 상충관계 완화 모색외환시장 24시간 개장·역외 결제망 구축···구조개혁에 적극적 역할다사다난했던 청문회 문턱 넘어···"국민께 송구, 무거운 책임감 앞서"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신현송 제28대 한국은행 총재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식 임명 절차를 거쳐 공식 취임하며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의 험난한 진통을 딛고 등판한 신 총재 앞에는 대외 변수, 내수 및 성장 침체, 금융 불안정 등 '3중 복합 위기' 극복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다.

21일 오전 신 총재는 취임식에서 "오랜 기간 해외 학계와 국제기구에서 일해 오다 한국은행과 우리 경제에 헌신할 기회를 갖게 돼 무한한 영광이지만, 저에게 주어진 책무를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중동 사태, 인공지능(AI) 혁명, 국내 인구구조 변화 및 가계부채 문제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을 진단하며 향후 4년간 추진할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새로 출범한 신현송호(號)는 연 2.5% 수준인 현 기준금리의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대외 변수의 파급 효과를 관망하는 '전략적 인내'를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신 총재는 이날 중동발 공급 충격 등으로 경제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언급하며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책변수 간 복잡한 상충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수단을 재점검하고 정부와 공조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앞서 청문회에서도 신 총재는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누는 이분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중동 사태가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압력은 계속 더 있을 것"이라며 "이 상황이 지속돼 전반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면 통화정책의 역할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문제 등 누적된 금융 불균형 해소도 핵심 과제다. 신 총재는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 부문 간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는 현대 금융시장의 특성을 지적하며 금융안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문했다. 그는 "기존의 건전성지표와 함께 시장 가격지표의 움직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부외거래, 비전통 금융상품 등으로 분석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구조개혁에 대한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도 시사했다. 인구구조 변화, 양극화 심화,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가 통화정책 운영의 핵심 변수임을 강조하며 구조적 요인을 통화정책과 별개의 영역이 아닌 중요한 일부로 다루겠다고 언급했다.

디지털 혁신과 맞물린 외환시장 개편도 본격화된다. 신 총재는 원화의 국제화를 우리 경제 위상에 걸맞은 통화 인프라 확충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공조해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추진하고,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통화제도 설계와 관련해서는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의 활용도 제고를 언급했다. 또한 국제결제은행(BIS) 주도의 '아고라 프로젝트' 등 국제협력에 참여해 디지털 지급결제 환경에서 원화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체계를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는 안전장치 마련 방안도 덧붙였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한편 전날 국회 재정경제기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신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당초 신 총재의 인사청문 과정은 다사다난하게 전개됐다. 특히 장녀의 한국 여권 불법 재발급 의혹 및 이중국적 논란, 외화 자산 보유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 결과 2014년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최초로 청문회 당일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야당의 거센 검증 공세와 자료 제출 요구로 채택이 지연됐으나 대내외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진통 끝에 보고서가 가결되며 이 대통령의 공식 임명까지 마무리됐다.

신 총재는 이날 취임식 이후 기자실을 찾아 "인사청문 과정이 순탄치 않아 국민께 심려를 끼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총재 임무 수행을 통해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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