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KAI 주식을 쓸어 담은 한화는 8개월 만에 지분율을 14.64%까지 끌어올리며 2대 주주 자리를 굳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신고 기준인 15%까지 남은 거리는 불과 0.36%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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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8개월 만에 KAI 지분 14.64% 확보
최근 101만830주를 1544억2595만원에 매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3.7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법인 1.01% 보유
KAI 발행주식은 9747만5107주
지분 15% 도달까지 약 34만8000주(500억∼550억원) 추가 매입 필요
한화가 15%를 넘기면 단순 투자자를 넘어 경영 참여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위 신고는 인수 의지 공식화이지만 경영권 확보와는 별개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지분 처리 방향이 실제 경영권 확보의 핵심 변수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수출입은행이 일부 지분을 한화에 넘기는 단계적 매각
전량 매각 시 한화 지분율 41.05%로 경영권 안정성 확보 가능
장내 매수 확대 후 협상, 단계적 인수 등 다양한 방안 검토 중
정부·수출입은행의 결정에 따라 인수 시나리오 본격화될 전망
한화가 15%를 넘을 경우 단순 투자자를 넘어 KAI 경영 참여 의지를 공식화하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 경영권 확보 여부는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지분 처리 방향에 달려 있다. 시장의 관심은 '한화가 얼마나 더 살 것인가'에서 '정부와 수은이 언제 움직일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15%까지 약 35만주···멈추지 않는 매수
한화시스템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KAI 주식 101만830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투입 자금은 1544억2595만원이다.
이번 매입으로 한화그룹의 KAI 보유 주식은 총 1427만3300주로 늘었다. 계열사별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65만2845주(9.90%), 한화시스템이 363만3830주(3.7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법인이 98만6625주(1.01%)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전체 지분율은 13.61%에서 14.64%로 1.03%포인트 높아졌다.
한화의 지분 확보 속도는 당초 계획보다 빠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 KAI 주식 매입에 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뒤 약 한 달 만에 집행을 마쳤다. 이어 추가로 결정한 5000억원 규모의 매입도 연말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8일 조기에 끝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입이 마무리되자 한화시스템이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연말까지 5000억원 한도에서 KAI 주식을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이후 약 보름 만에 3211억원가량을 투입해 지분 2.20%를 확보했다. 아직 약 1789억원의 매입 여력이 남아 있다. 한화시스템의 공시상 취득 목적은 '사업적 협력 강화'지만 대량보유 보고서에는 그룹의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기재했다.
KAI의 발행주식은 총 9747만5107주다. 현재 보유 주식 수를 기준으로 한화가 약 34만8000주를 추가 취득하면 그룹 지분율은 15%에 도달한다. 최근 매입 단가를 적용하면 500억∼550억원가량이면 신고선에 닿을 수 있다. 한화시스템의 남은 매입 한도는 약 1789억원이다.
한화관계자는 "향후 회사의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하여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5% 앞두고 속도조절···후발주자 진입은 차단
한화가 실제로 15%를 넘어설지는 불확실하다. 공정거래법상 일정한 자산·매출 요건을 갖춘 기업이 상장회사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주식 보유 비율을 산정할 때는 특수관계인이 가진 주식도 합산한다. 한화가 15% 선을 넘으면 KAI 지분 취득이 그룹 차원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결합 신고가 곧 KAI 인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15%는 공정위가 지분 취득의 경쟁 제한 여부 등을 살펴보는 신고 기준일 뿐 경영권 확보 기준은 아니다. 한화가 신고를 마치더라도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로 남아 있는 한 단독으로 KAI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신고가 시장과 정부에 주는 신호다. 정부가 KAI 매각 방침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한화가 먼저 15%를 넘기면 국책은행이 최대주주인 핵심 방산기업의 인수를 선제적으로 추진한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화가 일단 14%대에서 매입을 멈추고 정부와 수출입은행의 매각 신호를 기다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기업결합 신고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피하면서도 2대 주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한화는 이미 원하는 효과의 상당 부분을 거뒀다. KAI의 경영권을 확보하지 않고도 다른 기업이 향후 인수전에 뛰어들기 부담스러운 지분 구조를 만들었다. 새로운 원매자가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수출입은행 지분을 충분히 인수하거나 장내에서 한화보다 많은 주식을 확보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한화가 지분 매입에 나서기 전보다 인수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기업이 수출입은행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한화를 14%대 주요 주주로 남겨둬야 한다.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도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화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한화의 보유 지분 자체가 후발 인수 후보의 진입을 억제하는 '지분 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수은 지분 5.9%p가 1차 승부처
한화의 KAI 인수 시나리오는 정부와 수출입은행의 지분 처리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수출입은행이 보유 지분 일부를 한화에 넘기는 단계적 매각이 꼽힌다.
수출입은행은 KAI 지분 26.41%를 가진 최대주주다. 한화와의 지분율 격차는 11.77%포인트다. 수출입은행이 자신의 지분을 한화에 직접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양측 지분이 동시에 증감하기 때문에 한화가 약 5.9%포인트를 넘겨받는 순간 최대주주가 뒤바뀐다.
한화는 수출입은행 지분 전량을 인수하지 않고도 KAI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셈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수출입은행의 지분 26.41%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것보다 일부를 먼저 넘겨 최대주주를 변경한 뒤 나머지 지분을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부담이 작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화가 26.41%를 모두 넘겨받으면 기존 보유분을 합친 지분율은 41.05%에 이른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지만 인수 자금 부담이 크고 매각 방식과 가격, 경영권 프리미엄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세 번째는 한화가 장내 매수를 계속해 지분을 더 높인 뒤 정부와 협상하는 방식이다. 한화가 사전에 확보하는 지분이 많아질수록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넘겨받아야 할 지분은 줄어든다. 반면 주가 상승에 따라 장내 취득 비용이 커지고 정부보다 앞서 인수를 밀어붙인다는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14%대에서 대기한 뒤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시작되면 수출입은행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꼽힌다. 한화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추가 지분을 확보하거나 이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단계적 인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분 구조에서는 수출입은행이 약 5.9%포인트만 한화에 넘겨도 최대주주가 바뀌기 때문에 전량 매각보다 부분 매각을 통한 경영권 이전이 거래 구조상 효율적"이라며 "정부도 일괄 민영화에 따른 부담을 줄이면서 향후 잔여 지분 처리와 경영 안정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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