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대출 만기 연장 유예기간 'D-15'···퇴로 끊긴 다주택자, 1.2만가구 매물 쏟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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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만기 연장 유예기간 'D-15'···퇴로 끊긴 다주택자, 1.2만가구 매물 쏟아질까

등록 2026.04.02 16:48

문성주

  기자

수도권 다주택자 주담대 연장 17일부터 전면 금지양도세 중과 유예 5월 종료 맞물려 매물 압박 심화임대차 예외·상환 여력 변수로 당장 충격은 제한적

물가, 금리, 주택, 주택담보대출, 아파트, 빌라, 부동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물가, 금리, 주택, 주택담보대출, 아파트, 빌라, 부동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서울 마포구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5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어제 밤잠을 설쳤다. 당장 세를 준 집은 계약 기간이 남아 한시름 덜었지만 공실 상태로 대출을 받아둔 나머지 수도권 아파트 한 채의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올여름 도래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은행 창구를 찾아 상환 유예 등 다른 방도를 물어봤지만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김 씨는 "최근 대출 금리가 연 7%대까지 치솟아 이자 내기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대출 연장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고 하니 당장 목돈을 어찌 구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당국이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 및 규제 지역 내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다주택자의 레버리지 투자를 차단하고, 묶여 있는 주택을 시장 매물로 끌어내기 위한 고강도 조치로 풀이된다.

2일 금융위원회는 전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담은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대출 규제는 오는 5월 9일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과 맞물리면서 그 파급력이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도세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집을 처분하려 눈치 싸움을 벌이던 다주택자들에게 주담대 연장 불허라는 강력한 금융 압박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세금과 대출 양방향 압박으로 매물 출회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은 이번 규제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주택 중 올해 안에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아파트 물량만 약 1만2000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주택에 묶여 있는 대출 규모만 해도 무려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작년 수도권·규제지역 다주택자 신규대출 금지에 이어 기존 다주택 차주의 레버리지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대출회수 압박책"이라며 "대출 연장이나 대환에 의존해오던 다주택자의 매각 부담이 커지면 단기적인 매물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엄중한 규제 예고에도 불구하고 당장 시중 은행 창구에 고객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는 등의 혼란스러운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 분위기다.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일부 고객들이 영업점을 방문해 자신의 대출 연장 가능 여부나 향후 대책을 간헐적으로 문의하는 모습 정도만 목격될 뿐이다. 아직은 상황을 관망하려는 심리가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당장 시장을 뒤흔들 만큼의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규제 본격 시행까지 아직 기간이 다소 남아있어 다주택자들이 나름의 대응책을 모색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함 랩장은 "수도권 전반의 급격한 가격 하락을 이끌기보다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보유해 현금 여력이 약한 레버리지 투자자 등 대출 취약 물건이나 수도권 외곽 위주 매물 출회, 호가 진정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규제의 '예외 조항'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임대차 계약이 유지되고 있어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경우에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예외적으로 계약 만료 시점까지 대출 만기 연장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당장의 상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퇴로가 일부 열려 있는 셈이다.

또한 다주택자 개개인의 자금 상환 여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었더라도 묶여 있는 대출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지 않다면, 보유하고 있는 다른 자금이나 예적금을 동원해 빚을 상환해 버리고 다주택자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예외 조항이 있어도 임대인들의 자금 압박이 전반적으로 심화되면서 전세금 반환 지연이나 전세가 상승 등 세입자들에게 간접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간 어떤 규정이 새롭게 나타나도 예외 방안이나 규제 회피 가능성이 있어왔기에 이번에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당장 보유세 부담이 늘지 않는 이상 실질적 매물 출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정부의 의도대로 유의미한 매물을 끌어내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지 여부는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까지의 시장 흐름과 다주택자들의 개별적인 손익 계산에 따라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대상과 내용이 다주택자,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한정적이어서 전체 시장 전반에 변화가 나타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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