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사들 전쟁통에 발 묶여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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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전쟁통에 발 묶여 속앓이

등록 2026.04.01 16:33

권한일

  기자

기업별 현장 실시간 대응 체제 가동추가 계약 불발·미수금 증가 '이중고'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전시 상황'에 노출된 채 초비상 상태다. 아직 국내 기업 현장을 향한 피격이나 공사 전면 중단 사례는 없지만, 공정 지연과 추가 계약 보류, 기성금 회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E&A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현재 중동 현장에 대한 실시간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일부 지역에 대해 단계별 철수 시나리오까지 검토 중이다. 현지에선 외출 제한은 물론 비상연락망 배포 등 '컨틴전시(Contingency) 계획'을 가동하고 사실상 전시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물적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공정에는 이미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뉴스웨이> 취재를 종합하면, 대체로 현지 산유국 국영기업으로 구성된 핵심 발주처의 의사결정 지연과 인력·장비 이동 제한 통보로 몇몇 프로젝트는 공정 축소 또는 무기한 연기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다.

익명을 요구한 A사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현장 상황에 이상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상적인 사업 수행이 어려운 상태로,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기예정된 실적에서 손실이 인식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시점 기업별 중동 프로젝트 현장을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7곳 ▲현대건설 12곳 ▲대우건설 1곳 ▲현대엔지니어링 2곳 ▲삼성E&A 2곳 등이다. 국가별로는 사우디를 비롯해 카타르, UAE, 이라크, 오만 등 이란의 보복 공격이 빈번한 인접 국가에 집중된 실정이다.

문제는 기예정된 공정 차질을 넘어 수주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은 국내 기업 해외 수주액의 약 25%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통상 기계약 프로젝트에서 추가 계약이 파생되는 경우가 많지만, 공정이 진행되지 않으면 신규 계약 불발은 물론, 추가 발주 연기와 투자 보류가 이어져 수주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당분간 중동 신규 발주는 사실상 끝났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미수 리스크도 부담이다.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장기 미수금(1년 이상 미회수액)은 약 4억9492만 달러(약 74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약 70%인 3억4393만 달러(약 5150억원)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1000만달러 이상 대규모 미수금 사업장 11곳 중 절반이 중동에 몰려 있고, 이라크·이란에만 5건이 집중돼 있다. 5년 이상 회수되지 못한 '악성 미수금'은 약 2억1003만 달러(약 315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받아야 할 돈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전쟁까지 겹쳐, 건설사들의 자금 회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현재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부담이 확대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전쟁 전부터 주요 대형사 몇 곳에서 자금 회수 지연이나 추가 공사비(증액분) 미지급으로 대형 손실을 떠안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었다. 업계에선 중동 지역 특성상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는 편이고 현 전시 상황을 내세워 공사비 회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특히 중동 프로젝트에 집중된 석유화학 등 플랜트 공정은 정산 구조 자체가 복잡하고 추가 계약이 많아 각종 손실분이 한꺼번에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현재 건설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전쟁 기간이다. 단기전에 그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은 빗나가고 있지만, 전쟁이 상반기를 넘길 경우, 공정 지연과 추가 계약 감소, 자금 회수 불능 상태에 따른 재무 반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지금은 직접적인 공격이 없지만 회사에서는 심각한 분위기"라며 "현재는 관리가 가능한 단계지만, 지상전으로 확전되면 공사 전면 중단과 재무 손실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고, 중동 현장이 많은 업체일수록 충격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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