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특혜는 받고 외부인 차단···강남 대단지 공공보행로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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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특혜는 받고 외부인 차단···강남 대단지 공공보행로 통제

등록 2026.02.27 15:03

박상훈

  기자

재건축 인센티브 조건 불이행···시민 보행권과 재산권 갈등법적 허점·이행강제금 부재···제도 보완 요구 목소리 확산

세금·특혜는 받고 외부인 차단···강남 대단지 공공보행로 통제 기사의 사진

서울 강남권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외부인 통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당시 공공 개방을 전제로 확보한 보행로를 준공 이후 사실상 통제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거주민의 재산권과 시민의 보행권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비계획 심의 단계에서 공공보행로를 상시 개방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부여받은 단지들 가운데 준공 이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등을 거쳐 통행을 제한하거나 사실상 폐쇄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사업 인가 당시 약속한 공공 기여가 입주 후 단지 운영 과정에서 축소·변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래미안 원베일리는 단지 외곽에 보안문 설치를 추진했다가 관할 구청의 제동에 부딪혔다. 입주민들은 외부 유입 증가에 따른 범죄·안전 우려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출입 통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단지는 재건축 인가 당시 공공보행통로를 상시 개방하는 조건을 부여받은 곳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구청은 인가 조건을 근거로 무단 시설물 설치 중단을 요청했다.

현행법상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 건축물 신축·증축·용도변경이나 공작물 설치를 할 경우 해당 계획에 부합해야 하며 위반 시 허가 취소나 공사 중지, 원상복구 명령 등이 가능하다.

다만 1회성 형벌 규정에 의존하고 있어 위반 상태가 지속될 경우 반복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이행강제금 규정이 미비하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에 서울특별시는 공공보행통로에 '지역권'을 설정하는 방식을 도입·확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통행 목적 등으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등기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제도다. 2023년 이후 심의된 단지부터는 공공보행로에 지역권을 설정하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시정 시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 수단을 강화했다.

다만 이전에 준공된 단지의 경우 벌칙 규정이 미비해 소액 벌금에 그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역권이 설정돼 있더라도 위반 행위가 민사상 분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행정적 강제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지 내부에서 통행로를 둘러싼 입주민과 상가 간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둔촌푸르지오에서는 상가 측이 입주민들이 이용해 온 통행로를 차단하자 입주민들이 상가 이용객의 아파트 주차장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맞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통행로의 법적 성격에 따라 권리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해석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보행로가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의 전제 조건이었다면 준공 이후에도 그 의무는 원칙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보행로 개방이 건축 허가의 명시적 조건이라면 이를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아파트가 사유 재산이라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하며, 이용 시민 또한 질서와 청결을 지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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