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의약품 200개 '독점 종료'···빅파마, 제네릭·시밀러와 전면전

ICT·바이오 제약·바이오 특허절벽 시대

의약품 200개 '독점 종료'···빅파마, 제네릭·시밀러와 전면전

등록 2026.01.23 07:12

이병현

  기자

2025~2030년 대규모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 예고글로벌 제약사, 인수합병과 제품 수명 연장 박차복제약·바이오시밀러 기업 시장 진입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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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판도를 바꿀 '특허 절벽(Patent Cliff)'이 현실화 국면에 들어섰다. 매출 상위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가 연쇄적으로 도래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는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제품 수명 연장 전략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제네릭(복제약)·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 기업에는 전례 없는 시장 진입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5~2030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 200개 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이 중 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4722억원) 이상 블록버스터 의약품만 약 70개에 달하며, 영향을 받는 누적 매출 규모는 최소 2000억달러에서 최대 4000억달러(약 588조8800억원)로 추산된다. 통상 특허 보호가 종료되면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약가 하락과 함께 오리지널 의약품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다.

특허 절벽의 파급력은 이미 실적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2023년 암젠이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를 출시하며 오리지널 대비 55% 낮은 가격을 제시하자, 휴미라 매출은 2022년 212억달러(약 31조2106억원)에서 2024년 90억달러(약 13조2498억원)로 급감했다. 단일 품목이 글로벌 제약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동시에, 특허 만료 이후 시장 방어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특허 만료를 앞둔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기준 글로벌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는 2028년, 듀피젠트는 2030년, 옵디보와 오크레부스는 각각 2028년과 2029년에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다. 현재까지 이들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없는 상황이지만, 특허 만료 시점 이후 시장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는 내부 연구개발(R&D)만으로는 특허 절벽에 따른 매출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외부 혁신을 흡수하는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머크는 키트루다 특허 만료에 대비해 피하주사 제형을 개발해 지난해 FDA 승인을 확보하며 제형 변경을 통한 시장 방어에 나섰다. 특허 기간 연장과 적응증 확대 등 기존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 아래 빅파마는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체결된 주요 M&A를 보면 존슨앤드존슨이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 인트라셀룰러 인수에 146억달러(약 21조원)을 지불하고, 노바티스가 RNA 치료제 기업 어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를 120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대형 딜이 잇따랐다. 이외에도 노보 노디스크, 화이자, 로슈 등 주요 빅파마가 비만·대사질환, 항암, 면역질환 분야 바이오텍을 잇달아 인수하며 파이프라인 공백을 메우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특허 절벽이 빅파마 사업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내부 개발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외부 기술과 후보물질을 빠르게 흡수하는 방식이 주된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대와 바이오텍 밸류에이션 하락이 맞물리면서, 빅파마 입장에서는 M&A를 단행하기에 비교적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진단도 있다.

반면 특허 절벽은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기업에도 구조적인 성장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2025~2030년 사이 미국에서만 118개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만료되고, 유럽에서도 69개 제품의 특허가 종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30년 730억~7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 환경 변화 역시 긍정적인 요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6년부터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비교효능시험과 인터체인저블(상호교환성) 요건을 삭제하는 방향의 최종 가이드라인을 예고했으며, 유럽의약품청(EMA)도 임상 3상 면제를 포함한 개발 간소화 가이드라인을 2026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개발 기간과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내년부터 다수 기업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진입 장벽 완화는 경쟁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와 함께 가격 경쟁과 출시 속도 경쟁이 동시에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와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한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글로벌 주요 바이오제약사는 특허 절벽에 대비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말해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2026년에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시 임상 3상을 면제할 것으로 예상돼 시간과 비용면에서 바이오시밀러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에, 새로운 기업이 많이 진입할 수 있어 바이오시밀러 기업간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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