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지체상금 반환 1심 이어 2심도 승소방산 납기 지연 사유에 '국가 귀책' 조명된 판결K-방산 수출 성장세 속 책임 분담 구조 재정립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한화오션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정부가 약 227억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의 취지를 유지한 것이다. 한화오션이 잠수함 납품 지연을 이유로 정부에 납부했던 수백억원의 지체상금 가운데 일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사건의 출발점은 2017년이다.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과의 계약에 따라 장보고-II 6번함인 '유관순함'을 건조해 인도했지만, 예정된 납기일보다 237일 늦게 함정을 넘겼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계약 조항에 따라 지체상금 428억원을 부과했다.
한화오션은 즉각 반발했다. 납기 지연이 전적으로 조선소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기상 악화로 인한 작업 중단, 방위사업청의 안전지원함 미지원, 관급품의 결함 또는 납품 지연, 시운전 평가서 확정 지연 등 지체 사유 상당 부분이 정부 관할 영역이라는 점을 들어 지체 일수 일부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법원의 판단은 명확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원은 납기 지연의 상당 부분에 정부 귀책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항소심에서 반환 금액이 일부 줄기는 했지만, 핵심은 '정부 책임도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있다.
방산 계약에서 지체상금은 납기 지연 시 부과되는 대표적인 계약상 제재다. 통상 계약 금액의 하루 0.05~0.1% 수준이 부과되며, 계약 규모가 크고 지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약금은 수백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방산 분야에서 이 제도가 유독 엄격하게 작동해왔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주요 방산 선진국은 기술 난도가 높은 무기 개발의 특성을 고려해 일정 조정이나 비용 분담을 계약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은 납기 지연 자체를 계약 위반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체상금 제도를 '신기술 개발을 위축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해 왔다.
특히 방산 지체상금은 사실상 '선(先)부과, 후(後)다툼' 구조로 작동해왔다. 관급품 조달과 시험, 승인 권한은 정부가 쥐고 있으면서도, 납기에 대한 책임은 민간 방산업체가 떠안는 구조다. 이는 방산기업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번 판결은 방산 계약에서 '지연=업체 책임'이라는 공식을 법원이 정면으로 흔든 사례로 볼 수 있다. 더욱이 K-방산 수출 확대를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는 시점에서, 정부와 방산업체 간 책임 분담 구조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이번 판결이 모든 방산 계약 관행을 곧바로 바꿀지는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무기 개발이 늦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방산업체에 전가하던 시대는 더 이상 절대적인 원칙으로 유지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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