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안팎에서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이런 와중에도 국내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영 부실화로 경쟁력 있던 기업이 청산 직전까지 내몰렸음에도 다른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핵심으로 한 '구조 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지난해 3월 선제적 기업회생 신청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회생계획안에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고 회생금융으로 약 3000억원을 조달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향후 6년간 최대 41개의 부실 점포를 폐점해 몸집을 줄이고 홈플러스 인수자를 다시 찾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 가양, 장림 등 5개 지점의 영업을 중단했으며, 오는 31일 계산, 시흥, 안산고잔점 등 5개 지점의 영업을 종료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MBK는 그간 홈플러스 매각을 시도했지만 유력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자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한다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검토하고, 관계인집회 등 채권단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종안 도출까지는 약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생계획안의 인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에도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고 이번에도 결과가 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익스프레스 매각이 홈플러스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이는 미봉책일 뿐이며 이후 대형마트 인수자를 빠르게 찾지 못하면 자금난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리 매각 추진과 별개로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에는 근속 일수가 긴 일부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회생계획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마트노조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알짜는 팔고 부담은 버리는 구조조정이며 먹튀 시나리오"라고 규정했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TF 구성에 앞장서겠다"며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안도걸 의원은 "제대로 된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 MBK의 경영은 무책임을 넘어선 직무유기"라고 지적했고, 정진욱 의원은 "MBK는 홈플러스를 회생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MBK가 내놓은 소위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은 기업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알짜 자산을 다 팔아치우고 껍데기만 남기는 '기업 해체 선언'이자 '시한부 사형 선고'"라며 "위기의 주범인 MBK는 단 10원의 자금 투입도, 최소한의 담보 제공도 거부하며 모든 책임을 현장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MBK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사정 당국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직무대리 부장 김봉진)는 지난달 10일 김병주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같은 달 2일에는 홈플러스 대표이자 회생절차 관리인을 맡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같은 혐의로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경우 지난해 8월 말 MBK파트너스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착수한 이후 새로운 불공정거래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조사를 마무리하고 금융위원회를 통한 검찰 이첩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홈플러스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공세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MBK 측은 영풍과 함께 최근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열린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화상으로 참석한 장형진 영풍 고문, 권광석 사외이사 등 영풍·MBK 측 추천 이사들은 고려아연의 미 제련소 사업과 관련된 안건들 모두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의 이번 사업을 위한 유상증자에 대해 이사회 직후인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며, 영풍·MBK측이 제기한 모든 쟁점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전부 기각했다.
MBK와 영풍 측은 이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아쉬움을 표명한다"며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미국뿐 아니라 고려아연과 한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 '윈윈'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경영 부실화로 회사는 청산 위기에 내몰리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생겼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탄탄한 기업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런 모습을 지속해서 보이면서 투기적 사모펀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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