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한은, 중단된 2차 테스트 내년 재개···은행권 '정중동'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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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중단된 2차 테스트 내년 재개···은행권 '정중동' 모드

등록 2025.12.09 11:18

박경보

  기자

CBDC 실험 재개로 은행 디지털화폐 대응 전략 재정비 낮은 실사용성과 비용 부담이 제도 설계 주요 쟁점으로 세부계획 은행권 예의주시···예산 배분·참여 구조 관건

한은, 중단된 2차 테스트 내년 재개···은행권 '정중동' 모드 기사의 사진

한국은행이 잠정 중단했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2차 테스트를 내년에 재개하기로 하면서 은행권도 정중동 모드에 돌입했다. 스테이블코인 입법과 발행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 화폐 인프라 대비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모양새다. 다만 1차 테스트에서 드러난 낮은 실사용성과 은행의 막대한 재원 부담은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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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한국은행이 내년 CBDC 2차 테스트 재개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논의 속에서도 CBDC 대비 강화

1차 테스트 실사용성 낮고 비용 부담 문제 지속

현재 상황은

프로젝트 한강 2차 테스트 내년 추진 확정

세부 일정·방식 조율 중, 시중은행 예산 반영 착수

1차 테스트 7개 은행, 10만명 참여했으나 실사용 저조

숫자 읽기

1차 테스트에 은행권 350억원 투입

수십억 단위 비용 은행 자체 부담

참여율·사용량 목표 미달 평가

맥락 읽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로 정책 우선순위 혼선

CBDC 인프라 준비 필수, 기술·운영 역량 확보 필요

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통한 자금조달·비즈니스모델 모색

주목해야 할 것

2차 테스트 예산 분담·참여 구조 최대 변수

은행, 세부 방식·범위 따라 투자 규모 달라질 전망

CBDC와 민간 디지털화폐 병행 체제 가능성 대두

9일 한국은행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프로젝트 한강'으로 불리는 CBDC 2차 테스트가 내년 중 다시 추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세부 일정과 방식 등을 조율 중이며, 시중은행들도 관련 예산을 반영하며 참여 준비에 나선 상태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2023년 10월부터 추진해 온 CBDC 실거래 검증 프로그램이다.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은행들이 예금토큰을 발행해 소비자 결제·송금 과정 전반을 실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편의점·서점 등에서 CBDC 기반 결제가 실제 환경에서 얼마나 사용될 수 있는지 점검했다. 디지털 화폐를 국내 지급결제 인프라에 어떤 구조로 접목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이다.

지난 1차 테스트에는 7개 은행이 참여했고, 소비자 10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결제가 실제 생활에서 어느 정도 활용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다만 소비자가 기존 결제수단 대신 CBDC를 선택해야 할 유인이 부족해 참여율과 사용량이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테스트 과정에서 수십억원 단위의 비용을 은행이 자체 부담해야 했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당시 은행들은 한강 프로젝트에 총 350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결제 근간은 중앙은행 화폐체계···CBDC 필요성↑


당초 2차 테스트는 1차 종료 직후 확대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식화하면서 디지털 화폐 정책 축이 분산됐다는 지적과 함께 멈춰섰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속도를 내자 CBDC의 필요성과 정책 우선순위가 불명확해졌고, 은행권의 예산 부담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CBDC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지급결제 인프라의 근간은 결국 중앙은행 화폐 체계라는 점에서다. 제도 방향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기술 대응과 운영 역량을 쌓아두지 않으면 향후 인프라 전환 국면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은행 입장에서 디지털 화폐 발행의 중요성은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예금이 일부 대체될 가능성에 대비한 안정적 자금조달과 디지털화폐의 발행 및 환수 과정에서의 대고객 접점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존 이자이익 기반 성장이 절벽에 다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구축 기회가 열렸다는 얘기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CBDC 도입에 부정적이나 이는 주로 범용 CBDC와 관련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예금토큰 실험을 진행하고 규제체제도 정비하는 등 예금토큰 도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기관용 CBDC 도입은 예금토큰의 지급 및 송금 등에 따른 은행간 청산결제가 기관용 CBDC의 실시간 이전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더라도 CBDC 필요성이 약화되진 않는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 화폐 생태계의 조성 방식과 관계없이 은행이 참여해야 할 결제·청산 기능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CBDC와 관련한 내부 시스템 점검과 예산 반영을 서두를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은행권 CBDC 전담 인력·시스템 투자 고심


금융연구원도 향후 디지털 화폐 체제가 CBDC와 민간 발행 디지털화폐, 특히 은행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CBDC가 '디지털 통화시스템의 준거' 역할을 담당하고 민간 디지털화폐가 그 위에서 다양한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내년 2차 테스트 재개를 둘러싼 가장 큰 변수는 예산 배분 방식과 참여 구조다. 1차 실험 당시 수십억원대 비용을 각 은행이 자체 부담했던 전례가 부담이 반복될 경우 참여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은이 일정과 세부 방식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은 개발·운영 비용이 어디까지 분담될지, 가맹점 기반 실거래 실험이 어떤 규모로 설정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참여 범위에 따라 전담 인력과 시스템 투자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2차 테스트가 어떤 범위와 방식으로 진행될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은행들이 준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가맹점 규모나 청산 구조가 확대되면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세부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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